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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그들만의 필리버스터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반대하는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시작하자 일부 야당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은 매일 승리의 날, 우리는 매일 패배의 날이다.”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최근 국민의힘 의원 총회에서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에 맞서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만 앞세워 온 것에 대해 이같이 일침을 날렸다.

최근 한 달간 더불어민주당은 채상병 특검법과 방송4법, 전국민 25만원 지원법, 노란봉투법 등 7개 법안을 강행 처리했다. 국민의힘은 매번 필리버스터로 맞섰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는 24시간이 지나면 재적 의원 5분의 3(180석) 이상의 동의로 종료시킬 수 있다. 결국 여당의 필리버스터는 범야권 192석의 힘에 매번 ‘강제 종결’됐고, 민주당 법안은 그때마다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당 의원 22명이 137시간에 걸쳐 열변을 토했지만 쏟은 노력에 비해 얻은 것은 많지 않아 보인다. 일반 시민은커녕 지지자조차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7·23 전당대회 당시 국민의힘 유튜브 시청자수는 수천 명에 달했지만, 지난 주말 노란봉투법 필리버스터를 지켜 본 사람은 100명에도 못 미쳤다. 박수민 의원이 25만원법에 역대 최장 반대 토론 기록을 세웠지만 이를 아는 국민이 몇이나 될까.



집권 여당 의원들이 이를 모를리 없다. 한 의원은 “국민이 보지도, 관심도 없는 필리버스터를 왜 계속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뾰족한 묘수는 없어 대놓고 ‘필리버스터 반대론’을 펴진 못하지만 대안을 전방위로 모색할 때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여당의 필리버스터가 외면받는 이유를 단순히 '정치적 피로감’ 으로 치부해선 안된다. 유권자는 4·10 총선을 통해 국민의힘에 변화와 쇄신을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한동훈 대표 체제로 지도부만 바뀌었을 뿐 눈에 띄는 변화를 찾아보긴 힘들다. 꽉막힌 정국은 고착화하는데 여당에선 총선 백서마저 감감무소식이다.

어쩌다 필리버스터와 대통령의 거부권에만 의존하게 됐을까. 유권자들은 국민의힘이 이런 주제로 무제한 토론이라도 벌여 성찰하길 바란다. 여당 의원들이 밤샘 필리버스터에서 보여준 결기와 직언을 용산 대통령실을 향해 날린다면 어떨까. 국민의힘이 ‘패배의 날’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먼저 해야 할 일들의 답안지는 이미 나와 있다.

김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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