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반대하는 공화당 유권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캠페인에 본격 돌입했다. 공화당의 전직 장관, 주지사, 하원의원, 참모 중에서도 25명 이상이 캠페인에 동참한다. 해리스 부통령은 곧 확정될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 공화당 내 반(反)트럼프 인사들과 함께 경합주에서 대대적인 유세전을 벌여 상승세를 타고 있는 지지율을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해리스 선거 캠프는 4일(현지 시간) ‘해리스를 지지하는 공화당원’ 캠페인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트럼프 극성 지지층)’ 극우 지지층에 둘러싸여 외연을 확장하지 못하고 있는 틈을 노려 중도 성향의 공화당 유권자들을 끌어들이겠다는 포석이다. 구체적으로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각을 세운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의 지지층을 흡수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헤일리 전 대사는 트럼프의 극우주의에 맞서 정통 공화당의 보수적 가치를 내세우며 경선에서 경합했지만 공화당의 주류가 된 ‘마가’의 차가운 시선을 받으며 중도 하차했다.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마지못해 선언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헤일리 전 대사의 지지층을 끌어안으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해리스 캠프에서 공화당 유권자 공략을 총괄하는 오스틴 웨더퍼드는 “트럼프는 그런 유권자들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 반면 해리스 부통령과 우리 캠페인은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품위를 회복하는 데 관심이 있는 동료 공화당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초과 근무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는 공화당 인사 중에서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출신인 스테퍼니 그리셤 전 백악관 대변인과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의 안보보좌관을 지낸 올리비아 트루아가 포함됐다. 또 공화당 인사지만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방부 장관과 교통부 장관을 각각 지낸 척 헤이글과 레이 러후드도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 전직 주지사, 전직 하원의원 등도 다수가 참여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들과 함께 이번 주 애리조나·노스캐롤라이나·펜실베이니아 등 경합주에서 유세를 펼칠 계획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또 이날 워싱턴DC 자택에서 마크 켈리 상원의원(애리조나)과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등 3명과 부통령 후보를 뽑기 위한 대면 면접을 진행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최종 결정을 내렸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CNN은 보도했다. 선거인단 19명이 걸린 대선 최대 경합주 펜실베이니아 표심을 고려하면 셔피로 주지사 발탁이 유력하지만 유대인 출신인 데다 당내 진보 진영의 비토 정서가 있어 해리스 부통령의 고민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CBS뉴스와 여론조사 업체 유거브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유권자 31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전국 단위 지지율은 50%로 트럼프 전 대통령(49%)을 오차 범위(±2.1%) 내에서 앞섰다. 대선 승패를 좌우할 7개 경합주의 지지율은 50% 대 50%로 동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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