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곽신웅 칼럼]도전과 혁신, 청출어람

곽신웅 국방우주학회장(국민대 교수)

사진 설명




‘생자필멸’이라고 했다. 기술도 영원하지 않다. 글로벌 거대 기업도 후임자들을 통해 도전하고 혁신하지 않으면 망한다.

예로부터 일본은 화산이나 지진으로 지리적으로 침몰하는 걱정을 강하게 해왔다. 지금은 지각변동에 의한 침몰이 오기도 전에 경제사회적으로 서서히 침몰하고 있다. 일본의 위정자와 경제인들이 고령화되고 자민당의 장기 집권과 정치 세습이 이어지면서 사람들은 내일도 오늘만 같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 결과 각 분야에서 세계적인 주도권을 조금씩 잃기 시작했고 이제는 동급의 기업을 기준으로 직장인들의 세후 수입이 한국에도 밀리기 시작했다. 잘 살던 시절 상태로 유지하면 제일 좋겠지만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것이 바로 유지하는 것이다. 글로벌 자유 경쟁시대에 남들은 가만히 있나? 가만히 있으면 결국 추락하고 침몰한다. 물론 플라자 합의 이후의 대외 정치경제적 변화도 큰 몫을 했을 것이나, 내일도 오늘과 같을 것으로 생각하고 변하거나 도전하려고 하지 않은 영향이 더 컸다. 우리나라라고 다를까? 우리도 도전하고 혁신하지 않으면 일본이나 아르헨티나처럼 서서히 침몰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보잉이 망조가 들었다고 한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도전과 제조 혁신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하지 않고 재무적으로 좋게만 만들려다가 지금의 모습이 됐다. 5세대 전투기를 값싸게 개발하다가 록히드마틴에게 지고, 고등훈련기도 값싸게 만들어 덤핑치다가 시제기 납품도 못하고, 제조 현장의 노하우를 많이 아는 고경력자들을 배제하고 값싼 노동력으로 대체했다가 잦은 사고를 유발해 여객기 사업도 에어버스에 밀렸다.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이라는 삼성전자가 엔디비아에 HBM 메모리를 납품하지 못하고, 무선 이어폰인 갤럭시 버즈3 품질 불량 문제를 겪는 사태가 빚어졌다. 전 세계 기업 중 품질관리가 가장 잘되는 삼성전자에서 이런 일이 벌어져 충격적이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삼성전자 내부 프로세스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우려된다. 그 중 하나가 삼성전자의 주요 임원들도 하던 대로 하기 시작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지금 삼성전자의 품질 수준은 선대 이건희 회장의 질타와 애니콜 화형식을 통한 혁신에서 출발했다. 전문경영인들에게만 맡기지 말고, 선대 이건희 회장처럼 좀 더 내부에 신경을 쓰는 게 맞을 것같다.



혁신의 본질은 무엇일까? 언어적으로는 낡고 문제가 있는 부분을 새롭고 개선된 것으로 바꾸는 것이다. 도전의 본질은 무엇일까? 성공하기 어렵고 그래서 남들이 잘 안하는 것을 시도하는 것이다. 시도하고 도전해 성공한 것이 얼마 전까지의 한국이었지만 더 이상은 그러지 못하는 것같아 안타깝다. 그럼 왜 지금은 그러지를 못하나? 세계 10 위권의 위상에 사회가 안주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혁신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사람이다. 사람이 스스로 혁신적이어야 하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젊음이다. 걷기 시작한 아기는 열심히 돌아다니고 새로운 것을 시도해본다. 할머니·할아버지는 경험으로 손주들이 위험한 것을 하지 못하게 가르쳐준다. 즉 기성세대의 경험을 바탕으로 젊은 세대의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을 보라. 다들 젊을 때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사고로 새로운 미래를 그리고 구현했다. 그래서 주식시장에서는 미래가치를 계속 인정해주고 그러기에 고평가를 받을 수 있었고 그 회사에 투자한 사람들은 부자가 될 수 있었다. 그 뒤에는 재무적으로 투자하고 실무적으로 자문해주는 기성세대의 지원이 있었다. 이런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기업들을 통해 미국은 세계 최고 강국을 유지하고 있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선전하는 우리 젊은이들에게서 희망을 본다. 혁신적인 시스템을 바탕으로 실력 위주로 선발하고 아낌없이 지원해준 양궁·사격·펜싱 등은 젊은 선수들의 열정을 통해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다. 우주 및 첨단항공, 인공지능(AI), 양자기술 등 새로운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로 새로운 기술에 도전하는 젊은이들이 잘 성장하도록 기성세대가 도와야 한다. 과거 박정희 대통령, 이병철 회장, 정주영 회장 같은 분들이 혁신하고 도전해 지금의 대한민국 경제를 만들어왔듯이, 새로운 젊은이들이 제2, 제3의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만들어 주기를 기대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