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혐의로 유죄를 받은 제약회사가 리베이트 관련 의약품에 가격 인하를 적용하는 처분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법원은 해당 처분이 약제의 합리적 가격 조정과 리베이트 근절 정책에 부합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A제약회사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약제상한금액 조정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 5월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A회사 임직원들은 지난 2009년 2월부터 2012년 10월까지 의약품 판매 촉진을 목적으로 전국 병·의원 개설자 및 종사자에게 총 3433회에 걸쳐 약 44억 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2016년 12월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았다. 또한 2013년 1월과 2014년 7월에도 총 1억 2000만원 리베이트를 제공해 약사법 위반 혐의로 2017년 2월 부산지법 동부지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2019년 7월에는 대법원에서 2007년-2017년 리베이트 제공 혐의에 대한 유죄를 확정받기도 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바탕으로 유통질서를 문란하게 한 것이 확인된 130개 약제 상한금액을 6.54% 인하하는 내용의 약제 급여목록 및 급여 상한금액표를 고시했다. 이후 A회사는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해 재량권 일탈 남용을 인정받아 2019년 11월 처분취소 판결을 받았다.
복지부는 취소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자 재처분 절차에 착수해 확정된 형사판결을 기반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약제급여평가위원회 등을 거쳐 122개 약제에 대해 평균 9.63% 인하하는 내용의 ‘약제 급여목록 및 급여상한금액표’를 고시했다.
이에 A회사는 “특정 약제들은 리베이트와 관련성이 없기 때문에 부당금액을 산정할 때 제외해야 한다”며 처분 취소소송을 다시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복지부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급여대상 약제의 상한금액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위한 성격과 리베이트 근절이라는 정책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제재의 성격을 모두 지니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A회사는 약 5년간 수백여 곳의 요양기관에 합계 60억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했고 방식도 조직적이고 계획적이었다”며 “제재 필요성은 매우 큰 반면 인하율은 규모와 무관하게 최대 20%로 정해져 있어 이 사건 처분이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볼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향후 의약품 시장의 상황에 따라 약가를 재조정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해 보이지도 않는다”며 “A회사가 주장하는 불이익보다 이 사건 처분을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이 더 중대하다”라고 판시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