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방학기간에 맞춰 모처럼 여행 계획을 세웠는데 말라리아 경보라니요?"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야외활동이 잦은 시기에 서울 한복판까지 말라리아 경보가 발령되며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일선 약국가에는 어린 자녀와 야외 활동을 앞두고 퇴치제를 사러 온 시민들이 부쩍 늘었다.
질병관리청 감염병포털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말라리아 환자는 387명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경기 지역이 209명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 67명, 인천 57명 등이었다. 수도권 환자가 333명으로 전체의 86%를 차지했다. 월별로는 1월 5명, 2월 2명, 3월 10명, 4월 17명, 5월 75명으로 증가세를 보이다 6월 121명, 7월 157명까지 치솟았다. 현 추세를 지속할 경우 8∼9월에도 100명이 넘는 환자가 발생하면서 연말까지 500명을 훌쩍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내에서 말라리아 환자는 통상 4∼5월 증가세를 보이다 6∼9월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되어 야외 활동이 늘어나면 말라리아 매개 모기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다 보니 환자가 증가하는 것이다.
올해 7월까지 발생한 말라리아 환자수는 연간 420명의 환자가 발생했던 2022년의 211명보다는 많고 지난해 460명보다는 적다.
말라리아는 얼룩날개모기가 전파하는 모기 매개 질환이다. 원충에 감염된 모기가 사람을 흡혈할 때 원충이 사람의 혈액으로 들어가 전파된다.
전문가들은 평년보다 따뜻해진 날씨와 증가한 야외 활동으로 인해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말라리아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의 입장에서는 아이가 말라리아에 걸릴까 걱정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환희 순천향대부천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주로 발생하는 말라리아는 삼일열 말라리아"라며 "주요 증상은 48시간 주기로 반복되는 오한, 고열, 발한이다. 두통, 설사, 구토 등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행히 대부분 치명률은 높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말라리아 유행 지역을 다녀온 여행객에서 ‘열대열’이나 ‘원숭이열’ 말라리아에 감염되면 병의 진행이 빠르고 의식 소실이나 발작, 혼수상태, 다발성 경련, 대사 산증, 저혈당, 심한 빈혈, 급성 신장 기능 이상, 황달, 폐부종, 쇼크 등 치명적인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빠른 진단 및 치료가 중요하다.
말라리아의 진단은 혈액검사를 통해 이뤄진다. 신속 진단 검사를 먼저 시행한 다음 확진을 위해 현미경 검사 또는 유전자 검출 검사를 시행한다.
국내 삼일열 말라리아의 치료는 보통 경구 약제를 통해 진행된다. 소아의 경우 6개월 미만 영아는 사용에 주의가 필요한 약물이 있기 때문에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수적이다. 말라리아 원충의 종류나 유행 지역에 따라 약물 내성이 다르므로 해외 방문 국가 및 감염지역을 고려해 약물치료를 시행한다.
박 교수는 "적절한 약물로 일정 기간 치료를 받지 않으면 재발할 수 있다"며 "말라리아 감염으로 진단되면 반드시 적합한 약물로 치료 기간을 완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말라리아가 감염질환인 만큼 사람 간 전파가 이뤄질 것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잘못된 정보이며 특별한 격리가 필요하지 않다는 게 박 교수의 조언이다. 다만 "말라리아에 걸린 환자를 문 모기가 다른 사람에게 원충을 옮길 수 있다"며 "말라리아에 걸린 환자는 3주 정도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말라리아를 예방하려면 모기가 많이 활동하는 여름철, 저녁 시간대에 야외활동 시 긴소매 옷 착용과 모기 기피제 사용을 통해 모기에게 물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최근에는 휴전선 인근뿐 아니라 서울, 경기 중부 일부 지역에서도 말라리아가 발생하므로 해당 지역 거주 중이거나 방문 예정이라면 주의가 필요하다.
박 교수는 “국내 말라리아는 중증으로 가는 경우가 드물어 적절한 예방과 조기 치료로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질환이므로 과도한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며 "여름 휴가철을 맞아 야외 활동 및 해외 방문이 증가하는 만큼 모기 예방에 각별히 신경 쓰고 의심 증상 발생 시 신속히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진단과 치료를 받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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