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일 야당이 단독 처리한 ‘방송 4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공식 건의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내각의 건의를 곧장 재가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숨을 고르며 속도조절에 나섰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방송 4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한 총리는 지난해 12월 거부권 끝에 폐기된 ‘방송 3법’은 △대통령의 임명권 제한 △공영방송의 공정성·공익성 훼손 등의 소지가 있다고 언급한 뒤 ‘방송 4법’은 이런 문제가 가중됐다고 지적했다. 한 총리는 ‘방통위법 개정안’에 대해 “방통위 의사정족수를 4인 이상으로 강화하면 야당 측 2인의 불출석만으로도 회의 개최가 불가능해진다”며 “정부 행정권의 본질을 중대하게 침해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그간 방송 4법에 대해 거부권 방침을 명확히 해왔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이 이날 휴가지에서 전자결재로 재의요구안을 재가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정국 상황을 지켜보며 거부권 행사 시점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휴가 중 전자결재로 서명할 만큼 시급을 요하는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미룬 건 폭염과 증시 변동성 확대로 민생과 경제 현장이 어려운 점을 고려한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다. 또 야당이 9일 ‘방송장악 청문회’를 개최하는 등 윤 대통령에게 독선 프레임 씌우기에 열중하고 있어 빠른 거부권 행사가 야권에 ‘제3의 방송법’을 추진할 동력만 제공할 수 있다는 지적도 감안한 듯 하다.
윤 대통령은 오는 13일 국무회의를 거쳐 ‘노란봉투법’, ‘전국민 25만원 지원법’과 함께 일괄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 거부권 시한은 방송4법은 14일, 노란봉투법·25만원 지원법은 20일이다. 여권 관계자는 “거부권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한꺼번에 하는 게 부담이 적지 않겠냐”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15일 광복절을 맞아 단행할 특별사면의 기조를 ‘민생’으로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생계형 사범들을 사면하고 영세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행정제재를 특별 감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에서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등이 사면·복권 대상에 거론되는데 정치인 사면은 제한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법무부는 8일 사면심사위원회를 열고 특별사면·복권 후보자를 심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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