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폐렴구균 백신(PCV) 시장에 새롭게 등장한 '박스뉴박스'가 매월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조재용 한국MSD 백신사업부 전무는 6일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열린 미디어 세미나에서 "생후 2개월차에 맞는 폐렴구균 백신 첫 접종은 물론 기존 13가 백신을 맞다가 박스뉴반스로 전환하는 교차접종 사례 모두 증가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할 순 없지만 발매와 동시에 시장 점유율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폐렴구균은 폐렴 뿐 아니라 혈액이나 뇌수막을 침투해 수막염, 균혈증 등 폐렴구균에 의한 침습성 감염(IPDInvasive Penumococcal Disease)을 일으킬 수 있다. 한국 정부는 IPD 부담을 덜기 위해 2013년 5월부터 '어르신 폐렴구균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을 통해 65세 이상 고령자의 접종 비용을 지원 중이다. 2014년부터는 PCV을 어린이 국가예방접종 사업으로도 도입됐다.
한국MSD의 ‘박스뉴반스’는 지난 2010년 한국화이자제약의 '프리베나13' 도입 이후 13년 만에 새롭게 국내 허가를 받은 15가 단백접합 PCV이다. 기존 '프리베나13'에 포함된 13개 혈청형 외에 최근 전 세계에서 주요 폐렴구균 질환을 유발하는 혈청형으로 지목되는 '22F'와 '33F'의 2개 혈청형을 추가했다. 한국MSD는 작년 10월 말 '박스뉴반스'의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고 올 4월부터 본격적으로 제품 공급에 나섰다. 인기 연예인에 버금갈 정도로 대중의 꾸준한 사랑을 받는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를 광고 모델로 선정해 인지도 제고에도 힘을 쏟고 있다.
흔히 환자의 침방울, 콧물 등 호흡기 비말로 감염되는 폐렴구균은 매년 11월∼이듬해 4월까지 감염자가 많이 발생한다. 박스뉴반스가 계절적으로 비수기인 2분기에도 고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던 데는 국내 발매 직후 국가예방접종사업(NIP)에 포함된 덕이 컸다. 폐렴구균의 종류는 알려진 혈청형만 100가지가 넘는다. PCV는 예방할 수 있는 폐렴구균 혈청형 수에 따라 10가(PCV10), 13가(PCV13), 15가(PCV15) 등으로 나뉘는데 현재 국내 도입 제품 중에서는 '박스뉴반스'(PCV15)의 예방 범위가 가장 넓다. '프리베나13'(PCV13)을 생산하던 화이자가 20가 백신(PCV20)을 개발해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지만 국내에서는 품목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한국MSD 입장에서는 국내 도입과 거의 동시에 NIP 백신으로 지정되면서 경쟁제품 없이 안정적으로 백신을 대량 공급할 수 있는 판매처를 확보할 수 있었던 셈이다.
5세 미만 영아와 만성 심장·폐질환으로 진단된 소아청소년 등 12세 이하 폐렴구균 감염 고위험군은 '박스뉴반스'를 포함한 PCV을 무료로 접종할 수 있다. 기존 13가 백신('프리베나13')과 교차 접종도 가능하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PCV을 선택할 때 단순히 백신에 포함된 혈청형의 개수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백신의 능력인 '면역원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양경선 한국 MSD 의학부 이사는 "세계보건기구(WHO)는 폐렴구균의 혈청형별 면역원성 기준으로 ‘IgG 농도 0.35㎍/mL 이상’을 제시했다"며 "박스뉴반스의 경우 백신에 포함된 15개 모든 혈청형에서 WHO가 제시한 면역원성 기준치 0.35 μg/mL를 충분히 충족한 개별 면역원성을 확보했다"고 소개했다. 기존 13가 백신에 없는 혈청형(22F, 33F형)에 대한 면역원성은 물론, 교차되는 혈청형(3형)에 대해서도 우월성이 확인됐다는 설명이다. 혈청형 개수가 많아질수록 면역원성이 떨어지는 일반적인 경향과 다소 차이가 있다. 쉽게 말해 기존 백신에 뒤지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혈청형에 대한 보호 능력을 갖췄다는 얘기다.
강현미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면역원성이 예방 효과와 동일한 개념은 아니다"라면서도 "리얼월드 데이터가 없는 현재로선 면역원성이 PCV 선택의 중요한 지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3가 백신의 도입으로 국내 IPD 발생률이 크게 감소했지만 기존 백신에 미포함된 혈청형에 대한 IPD 발생률은 여전히 숙제"라며 "코로나19로 인한 항생제 사용 증가로 항생제 내성이 더욱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만큼 기존 백신에 없던 두 가지 혈청형에 의한 폐렴구균 감염 예방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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