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정부가 국내 증시 역사상 최대 폭락 사태를 계기로 야당에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여야 합동 토론회’ 카드까지 꺼내며 초당적인 논의를 제안했고 추경호 원내대표는 즉각 금투세 폐지 협상에 착수할 것을 촉구했다. 금투세 폐지의 키를 쥔 더불어민주당은 뚜렷한 입장을 정하지 못한 채 여론의 추이만 지켜보며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6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국민의힘과 정부는 전날 국내 증시 폭락 상황을 언급하며 금투세 폐지를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한 대표는 “증시는 심리적 요인이 많이 반영되는데 금투세 폐지와 같은 큰 이벤트는 대개 6개월 전부터 반영되기 시작한다”며 “이번 폭락 때문이라도 금투세 폐지에 대한 초당적 입장을 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어 “대한민국만 주가 하락의 모멘텀이 될 수 있는 금투세를 강행한다면 우리가 일부러 ‘퍼펙트스톰’을 만들어 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라며 “이재명 전 대표도 (금투세 유예에) 유연한 입장을 밝혔으니 우리가 타이밍을 놓치지 않게 전향적이고 초당적 논의를 하자”고 강조했다.
추 원내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을 향해 금투세 폐지 협상에 당장 착수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금투세는 그냥 두면 5개월 뒤부터 시행되는데 폐지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은 5만 명이 동의했다”면서 “최근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을 감안하면 금투세 폐지 논의는 더 지체할 수 없다”고 야당의 협상 수용을 요구했다.
정부도 이날 비공개 당정회의에서 ‘금투세 폐지가 당면 과제’라는 입장을 밝히며 여당과 보조를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회의 후 브리핑에서 “결국 우리한테는 금투세 폐지가 당면 과제 아니겠느냐는 정부 측 입장이 있었다”고 전했다. 미국발 경기 침체 공포 확산으로 국내 증시가 5일 사상 최대 폭락 사태를 겪자 당정은 전임 문재인 정부가 도입해 내년 시행을 앞둔 금투세가 시장 불안정성을 한층 키울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워 야당에 전방위적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새 지도부를 선출 중인 민주당은 여당의 금투세 폐지 제안에 뚜렷한 입장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이 금투세 법안을 통과시킨 만큼 일부 보완을 해 예정대로 내년 1월부터 시행하자는 게 민주당의 공식 입장이다. 하지만 차기 유력 당권 주자인 이 전 대표가 최근 당 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금융투자로) 5년간 5억 원 정도를 버는 것에 대해서는 세금 면제를 해줘야 한다”며 금투세 완화 등 유연한 접근을 강조해 당내 의견이 엇갈린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방송 토론회에서도 “주식시장은 꿈을 먹고 사는데 지금 5000만 원(금투세 공제 한도)까지 과세하는 문제에 대해 많은 분들이 저항을 하고 있다. 저항이 너무 높아지면 다른 정책 집행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금투세 완화 가능성을 재차 시사했다.
여기에 글로벌 악재로 국내 증시까지 폭락하면서 민주당은 7일로 예정된 금투세 개선 방안 토론회를 전격 취소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국세청 차장 출신의 임광현 민주당 의원이 공제 한도를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올리는 등 금투세를 일부 보완해서라도 내년 1월 시행을 미뤄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토론회를 하루 앞두고 취소한 것을 두고 민주당이 이번 증시 폭락 사태로 예민해진 여론을 의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대표는 페이스북에 “단 하루의 해외발 주가 하락에 놀라 토론회조차 못 열 정도라면 금투세 강행을 그만둬야 한다”면서 “정책은 시대 흐름에 따라 국민이 처한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고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하지 못한 금투세 토론회를 국민의힘과 같이하자”며 합동 토론회를 제안했다. 이에 임 의원은 “비이성적인 주가 하락이 시행도 안 된 금투세 때문이냐”면서 “오늘 당장이라도 금투세 토론회를 하자. 한 대표가 토론회에 직접 나오라”고 맞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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