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올림픽에서도 '양안 갈등'(중국과 대만의 갈등)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관중석에서 대만인들이 ‘대만’(Taiwan)이라고 적힌 응원기를 이용하다 보안 요원이나 중국인으로부터 제지당하는 일이 잇달아 발생하자, 대만 외교부는 “비열하고 폭력적인 행위”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6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2일 대만과 덴마크가 맞붙었던 배드민턴 남자 복식 준결승전에서 대만 선수를 응원하던 이들이 보안 요원에게 응원 도구를 뺏기는 등의 일이 벌어졌다.
매체에 따르면 해당 경기 도중 프랑스 유학생인 대만 여성 A씨는 한자로 ‘대만 파이팅(台灣加油)’이라고 적힌 대만 섬 모양의 녹색 응원기를 꺼내 흔들었다. 잠시 뒤 경기장 보안 요원이 A씨에게 다가가 체육관 뒤쪽으로 이동해 줄 것으로 요청했으나 A씨는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러자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동양인 남성이 해당 응원기를 낚아채 구긴 뒤 도망가려다 경기장 관계자에 의해 붙잡혔다고 한다. A씨뿐만 아니었다. 같은 날 대만 남성 B씨가 ‘가자 대만(Go Taiwan)’이라고 적힌 녹색 현수막을 흔들다 계단 위로 끌려 나가는 일도 벌어졌다.
국제올림픽 규정에 따르면 대만은 중국의 ‘하나의 중국’ 주장에 따라 ‘차이니스 타이베이’라는 이름으로만 국제 스포츠 행사에 참가할 수 있다. 또한 대만 기가 아닌 ‘중국 올림픽 위원회 깃발’을 사용해야 한다. 경기장에는 선수들이 소속된 국가의 국기나 관련 물품만 반입할 수 있고, 그외 정치적 내용이 포함되거나 공공질서에 위반된다고 판단되는 물품은 금지된다. A씨는 "내가 흔든 대만 응원 깃발은 올림픽 규정에 부합한다"며 “내가 들고 있던 포스터나 응원기에는 대만기나 정치적 문구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대만 정부도 “올림픽 게임 정신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는 내용의 성명을 내며 반발했다. 대만 외교부는 “올림픽 기간 동안 악의적인 사람들이 대만을 응원하는 깃발 등을 함부로 빼앗는 잔인하고 비열한 수법을 사용했다”라며 "이러한 폭력적인 행위는 올림픽이 대표하는 문명 정신을 심각하게 훼손하며, 법치주의에 어긋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대만 측은 또 "대만기는 IOC 규정상 올림픽에서 쓸 수 없지만, 대만이라고 적힌 물품까지 금지한다는 규정은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만 배드민턴 대표팀은 4일 남자 복식 결승전에서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승리가 확정되자 대만 관중들은 “대만”이라고 한 목소리로 외치며 눈물을 흘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