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가사관리사가 여러 가정에서 일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단일 사업장에서만 일하도록 한 외국인 근로자 고용허가제의 첫 예외다. 이들에 대한 과업무, 인권침해를 막을 정부의 관리·감독이 더 힘들어질 상황이다.
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고용부와 서울시의 시범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전일 입국한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은 주 52시간 근무제 내에서 2개 이상 가정에서 일할 수 있다.
이들은 정부가 일할 수 있는 사업장을 정하는 고용허가제 근로자다. 고용허가제는 하나의 사업장에서만 일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경우 사업장을 가사관리사 민간인증업체로 판단했다. 민간인증업체 1곳만 유지한다면, 여러 가정에서 일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방식의 고용허가제 예외는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처음이다. 다른 고용허가제 근로자처럼 다른 업종 부업은 금지된다.
이 방식 덕분에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국내 생활에 대한 우려는 다소 줄 전망이다. 이들은 최소 근무 시간인 주 30시간을 일하면 월 수입이 150만 원대에 불과하다. 하지만 시범사업 신청자들은 하루 4시간 고용 계약을 가장 많이 원하고 있다. 게다가 시범사업 지역인 서울에서 월 40만원대 숙박비와 식비, 교통비 등을 부담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생활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노동계에서 나온다. 외국인 근로자는 고국에 있는 가정에 생활비를 지원하기 위해 입국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생활 어려움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우려는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여러 가정에서 일하면서 가정 내 부당 업무, 인권 침해 논란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점이다. 정부는 가정이 직접 필리핀 가사관리사에 대한 업무 지시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가정에서 이뤄지는 부당 업무 지시를 정부가 제대로 관리감독할 수 없다는 게 난제다. 게다가 부당 지시를 하더라도 해당 가정이 어떤 제재를 받을 지도 고용부는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고용부는 내년 외국인 가사관리사 도입 규모를 올해 12배인 12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통상 시범사업 성과를 보고 정식 사업을 결정하는 기존 관례를 깬 정책 행보란 평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