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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사교육 개선 없으면 저출산 반등도 없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 우리나라 사교육비 총액은 지난해 27조 1000억 원으로 신기록을 경신했다. 학생 수는 전년 대비 1.3% 감소했지만 사교육비 총액은 오히려 1조 1000억 원(4.5%) 늘어났다. 유아와 대입 준비생 집단은 조사 대상에서 빠져 있는데 이를 포함하면 규모는 더 커질 것이다.

우리나라의 과열된 사교육 현상에는 크게 두 가지 원인이 있다고 본다. 첫 번째는 돌봄 공백이다. 맞벌이·방학 등의 이유로 생기는 보살핌 공백을 메우려 일찌감치 사교육을 시작하거나 ‘학원 뺑뺑이’를 돌린다. 다행히 정부에서 무상보육·교육과 늘봄학교 확대 등 돌봄 환경을 적극적으로 다듬고 있어 돌봄 공백으로 인한 사교육 부담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두 번째는 무한 경쟁이다. 남들보다 잘살기 위해서는 좋은 직장에 가야 하고, 그러려면 좋은 대학에 가야 한다.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영어 유치원’부터 시작해 부지런히 과목별 선행학습, 논술 교육, 입시 컨설팅을 받아야 한다. 유아 영어 학원의 월평균 교습비 및 기타 경비는 지난해 말 기준 121만 원에 달해 과도한 조기교육 욕심이 잉태한 사교육비 ‘끝판 왕’이라 할 만하다. 사교육의 차이가 학력의 차이를, 학력의 차이가 고용 격차를, 고용의 차이가 임금의 차별화를 부르는 환경은 부모의 경제적 능력이 곧 자식의 미래를 결정하는 구조를 강화한다.



과열된 경쟁 사회는 저출산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1만 원 오를 때 합계출산율은 0.012명 감소한다는 분석도 있고 사교육비가 주택 가격보다 저출산에 2~3배 더 영향을 미친다는 조사도 있다. 자녀에 대한 지원 의무감이 강할수록 결혼 의향이 낮고 희망 자녀 수가 적다는 결과 또한 있다.

이는 양육에 대한 부담감이 저출산으로 이어지고 ‘사교육비 폭탄’이 있는 한 저출산의 수렁에서 빠져나오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우리의 교육 환경을 되돌아보는 고민이 절실하다. 사교육이 필요 없는 교육 환경을 만드는 것이 최우선이고 분야별 실력과 능력으로 인재를 선발하는 대학과 기업의 문화 역시 중요하다.

핀란드는 국가가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공교육의 질을 높였다. 교육비를 전액 지원하고 학급당 학생 수를 줄여 교사가 학생 한 명에게 더 많은 관심을 쏟을 여건을 마련했다. 학생들의 창의성과 개별 능력을 끌어올리는 데 교육과정의 초점을 맞춰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낮췄다. 우리도 핀란드처럼 공교육을 강화하고 학생 개개인의 창의성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조성해 사교육비 부담을 확 줄여야 한다. 사교육비 1등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저출산 문제 역시 해소할 수 없다. 치열한 경쟁에 아이가 웃지 못하는 사회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선택을 하기는 어려울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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