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올림픽에서 한국 남자 태권도에 16년 만의 금메달을 안긴 박태준(20·경희대)이 결승전에서 부상을 입은 선수를 부축하고 시상대에 올라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8일(한국시간) 박태준은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태권도 남자 58㎏급 결승에서 가심 마고메도프(아제르바이잔)에게 기권승을 거두며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 태권도 선수로는 처음으로 이 체급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수확한 박태준은 상대 선수가 부상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상황에서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마고메도프는 1라운드 1분 7초를 남겨두고 발차기를 시도했다가 박태준과 다리가 엉키면서 쓰러졌고, 고통을 호소하며 왼쪽 정강이 부분을 계속 매만졌다.
이후 경기는 계속 이어졌지만 2라운드 후반부에 통증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기권 의사를 밝혔다.
두 선수는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시상식에 등장했다. 부상당한 다리를 절뚝이며 걷던 마고메도프가 박태준의 어깨에 손을 올리자 박태준은 곧바로 어깨동무하며 부축해 시상대에 함께 올랐다.
기념사진을 찍을 때도, 시상대를 내려갈 때도 박태준은 마고메도프를 부축했다. 두 사람은 나란히 어깨동무를 한 채로 경기장을 빠져 나갔다.
박태준은 경기 이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심판이 ‘갈려’를 선언하고 나서 차면 반칙이다. 하지만 그전까지는 공격하는 게 정해진 규칙"이라며 “심판이 ‘갈려’를 선언하지 않아서 공격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박태준은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서도 관련 질문을 받고 “상대가 포기하기 전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상대에 대한 예의라고 배웠다”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경기에 임했다”고 했다.
마고메도프 역시 끝까지 공격한 박태준의 집중력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상에도) 제 기술에 집중하려고만 했다”며 “이번에는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다음 올림픽 개최지인) 로스앤젤레스(LA)에서는 금메달을 얻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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