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우먼리브(여성해방)’ 운동의 주역이었던 다나카 미쓰(田中美津)씨가 7일 81세를 일기로 별세했다고 교도통신과 아사히신문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1943년 도쿄 출생인 고인은 고교 졸업 후 베트남전 고아 구호 활동을 계기로 반전운동에 투신했다. 도쿄대 인근에서 활동하며 운동권 학생들과 교류했지만 혁명을 외치던 남성들의 실상에 실망해 여성운동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다나카씨는 1970년 '그룹 싸우는 여자'를 결성하고 같은 해 10월 21일 국제반전의 날 시위에서 '변소로부터의 해방' 선언문을 배포했다.
이 글에서 그는 "남성에게 여성은 어머니(모성)와 변소(성욕 처리 대상)라는 두 가지 이미지로만 존재한다"고 지적하면서 성역할 구분에서 벗어나는 여성 해방을 주창했다.
그가 주도한 '우먼리브' 운동은 단순히 남녀 동등권을 요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남성 중심 사회의 근본적 변화를 추구했다는 점에서 '2세대 페미니즘'으로 평가받는다.
1970년대 일본 정치권의 낙태 제한 시도에 맞서 "출산 여부는 여성의 권리"라며 법 개정을 저지하는 등 실질적인 성과도 거뒀다.
다나카씨는 1975년 멕시코로 건너가 4년간 체류하며 비혼 상태에서 아들을 출산했고, 귀국 후에는 침구사로 활동했다. '생명의 여자들에게'(1972), '이 별은 내 별이 아니다'(2019) 등의 저서를 남겼다.
저명한 여성학자 우에노 지즈코(上野千鶴子)는 SNS를 통해 "일본 여성해방운동에 생생한 목소리를 부여한 인물"이라며 고인의 업적을 기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