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그린벨트 해제 카드까지 꺼내든 것은 최근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공급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집값이 급격하게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빌라왕’ 등 전세사기 여파에 따른 아파트 쏠림 현상과 하반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도 매수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올해 1월 2500건 수준이던 서울·수도권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4월 4800건 △5월 5200건 △6월 6200건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정부는 당초 1·10 대책을 통해 성남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규 택지 2만 가구 발굴을 추진하기로 했으나 이날 발표를 통해 그린벨트 해제로 도심 내 총 8만 가구 규모의 택지를 확보하기로 했다. 서울에서 그린벨트가 대규모로 해제되는 것은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12년 이후 약 12년 만이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2009~2012년 서초구 내곡동, 강남구 세곡동의 그린벨트를 약 5㎢ 해제해 서울에서만 4만 1000가구 규모의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에 강남구 수서동, 2021년에 중랑구 신내동에서 그린벨트를 해제했지만 규모는 각각 39만 ㎡(신혼희망타운 2500가구)과 2만 ㎡(신내공공주택사업 800가구) 정도에 불과했다. 집값 상승기인 2020년에도 정부가 그린벨트 해제 카드를 꺼냈지만 서울시의 반대가 완강해 전면적인 해제는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해제가 유력한 지역으로는 강남권 그린벨트가 꼽힌다. 서울 그린벨트의 전체 면적은 149.09㎢로 서울 전체 면적의 24.6%에 달하지만 북부 그린벨트는 대부분 산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날 12년 만의 서울 그린벨트 해제의 배경으로 “서울에서 선호하는 지역에 아파트를 공급한다”는 설명을 내놓은 것도 강남권 그린벨트 해제와 맞닿아 있다. 구체적으로는 이명박 정부 때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하고 남은 서초구 내곡동, 강남구 세곡동 그린벨트가 유력 해제 대상으로 꼽힌다. 서울시가 앞서 상부 복합 개발 계획을 내놓은 강남구 수서동 수서차량기지의 그린벨트 해제도 거론된다.
서울시는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신규 택지를 활용해 오세훈 시장이 추진하는 ‘장기전세주택Ⅱ’ 등 신혼부부·청년 대상 주택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우선 11월 발표되는 신규 택지 2만 가구는 신혼·출산·다자녀가구를 위한 분양·임대주택으로 70%를 공급한다. 이날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 소멸 위기를 직면한 상황에서 비정상적인 집값 상승으로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미래 세대를 위해 그린벨트 일부 해제를 검토하는 것은 피치 못할 선택”이라며 “신혼부부가 거주하다가 아이를 낳으면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는 ‘신혼 20년 전세자가주택’ 등을 대폭 확대해 공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장기 임대주택이 주거의 중간 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기대하고 있다. 건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격이 다소 높더라도 도심 내 좋은 입지에 장기 임대주택이 들어와서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면 지금처럼 개인 다주택자에 의존하는 전월세 시장도 개선될 것”이라며 “현재 실수요자가 끌어올리는 부동산 시장은 기본적으로 주거 여건이 불안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투기 방지책으로 그린벨트 전역을 12일부터 11월 신규 택지 발표 때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투기를 적발하기 위해 이달부터 내년 3월까지 정밀 기획 조사도 실시한다. 대상은 서울 그린벨트 및 인접 지역으로 토지 거래분 중 이상 거래를 조사해 관계기관에 통보하는 등 조치할 예정이다.
서울 관내 토지거래허가구역 이용 실태도 들여다본다. 서울 도심지 내에서 토지거래 계약을 허가받은 거래건이 대상이다. 서울시와 국토부가 사후 이용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실입주 여부 등 당초 허가한 이용 의무대로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이행명령을 하거나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진현환 국토부 제1차관은 “주택 공급은 늘리지만 부동산 시장이 교란되지 않도록 엄격하게 합동 현장 점검 및 기획 조사를 확대할 것”이라며 “아울러 지속 가능한 주택 공급이 가능하도록 정교하게 후속 조치를 이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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