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가 급등과 반등으로 요동치는 가운데 우리 증시의 취약성이 드러났는데도 거대 야당이 금융투자소득세 내년 시행을 고집하고 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8일 “금투세를 도입하면 주식시장이 폭락할 것이라고 무슨 근거로 말씀하시는지 모르겠다”면서 “부분적인 손질을 하더라도 예정대로 시행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최종 결정은 8·18 전당대회를 통해 구성될 새 지도부에서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투세는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내리되 2023년부터 5000만 원 이상의 투자(양도) 소득에 20~25%를 과세하는 제도다. 2020년 민주당이 주도하고 여야가 합의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반대 여론과 준비 미비 등으로 2년 유예됐다. 증권거래세는 0.23%에서 지난해 0.20%, 올해 0.18%로 내렸고 내년에 0.15%까지 인하될 예정이다.
그러나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중동 확전 위기 등이 겹치며 증시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최근 증시 폭락 사태로 ‘한국 증시는 오를 때는 찔끔, 내릴 때는 털썩 주저앉는다’는 자조가 쏟아지고 있다. 이런데도 투자자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이 제도 시행을 강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만도 1988년 금투세와 유사한 주식양도세 도입을 발표했다가 주가가 한 달 새 36%가량 떨어진 후 철회했다. 23개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들도 이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만나 금투세가 펀드 환매 대란, 자금 해외 유출, 거래 위축 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폐지를 건의했다.
21대 국회에서 ‘금투세 폐지’ 청원이 5만 명의 동의를 얻어 기획재정위원회에 회부됐으나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하지만 지난달 22일 ‘금투세 즉각 폐기’ 청원이 다시 시작돼 벌써 1만 60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거대 야당이 투자자들의 호소를 끝내 외면한다면 수권 정당이 되기 어렵다. 야당은 토론을 제안한 여당과 논의해 금투세의 내년 시행을 보류하고 폐지 또는 장기 유예 방안에서 접점을 찾아야 한다. 섣부른 시행으로 혼란을 키울 게 아니라 기업 밸류업 정책을 개발하고 우리 증시의 자생력을 키우는 데 힘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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