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컵라면을 끓여온 여성 비서관에게 “이런 일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어디있냐”며 호통치는 영상을 두고 연출 논란이 불거졌다. 국민의힘 측에서는 조작 의혹을 제기했고, 경기도 측은 “연출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의 반응도 분분했다. 일각에선 “정치적 연출”이라는 비판이 나왔으나, “김 지사 말처럼 여성 인력을 대우해야 한다”며 공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지난 2일 김 지사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도지사의 격노’라는 설명과 함께 릴스(영상)가 올라왔다. 해당 영상은 여성 비서관이 회의로 인해 점심을 거른 김 지사를 위해 컵라면을 끓여오자, 김 지사가 언성을 높이며 시작한다. 비서관이 “제가 하고 싶어서 했습니다”라고 응하자, 김 지사는 “(컵라면 끓여오는) 이 일을 하고 싶어요? 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어요. 나는 지사라고 이런 것 부탁하는 것 싫어요. 우린 이런 룰 깨자고. 내가 야단치는 게 아니라 그게 너무 답답해. 제발 내 취지대로 좀 해줘요. 경기도 도청 문화 좀 바꿨으면 좋겠어"라고 한다.
이어 김 지사는 "미안한데 너무 배가 고파서"라면서 컵라면을 먹기 시작한다. 이후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 축이 여성 경제활동인구 늘리는 것이다. 지금 우수한 여성 인재들이 유리천장처럼 그렇게 하면 안 돼. 우리 비서실부터 바꾸자고"라고 말하며 영상은 마무리된다. 7일 오후 7시 기준 해당 영상은 7200개 이상의 좋아요와 6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리는 등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해당 영상과 관련 도의회 국민의힘 대표단은 성명을 내고 "김 지사가 숱한 조작 의혹을 불러일으킨 이 컵라면 호통영상으로 관심 끌기에만 치중하는 듯하다"며 "쇼윈도 행보가 아닌 민생정책 마련에 힘쓸 것을 권한다"고했다. 고준호 국민의힘 의원도 "해당 영상이 계획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은 김 지사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며, 비서관에게 소리치는 모습은 직장 내 괴롭힘을 연상시킨다"고 비판했다.
도는 연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강민석 경기도 대변인은 5일 서면 브리핑 자료를 통해 "동영상은 3~4개월 전 것으로 당시 회의 촬영을 맡은 비서관이 휴대폰으로 촬영했다가 이번에 관련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올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김 지사는 동영상이 화제가 되자 '도청 여성 직원들은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고 들어온 분들인데, 그런 여성 직원들이 허드렛일이나 해야 하겠나. 여성 직원 중에서 간부도 많이 나와야 한다. 그러려면 일을 통해서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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