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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피두와 우리 브랜드 미술관 만들기① 미술관 프랜차이즈 시대? [아트씽]

[정준모의 여기, 역이(逆耳)]

퐁피두와 우리 브랜드 미술관 만들기①

유명 미술관의 프랜차이즈 경쟁?

구겐하임에 이어 루브르,퐁피두까지

2010년 개관한 퐁피두 메츠 전경 /사진출처=위키피디아




우리나라도 이제 곧 ‘미술관·박물관 프랜차이즈(Franchise) 시대’를 열 모양이다. 곧 개관예정인 대구의 간송미술관에 이어 2025년 한화가 프랑스의 국립근대미술관(Musee National d’Art Moderne)인 퐁피두센터 분관을 서울에 개관할 예정이고, 부산시도 2030년 개관을 목표로 퐁피두센터를 유치해 이제 대한민국에 하나도 아닌 두 개의 퐁피두가 운영될 예정이다.

요즘 퐁피두와 루브르가 프랜차이즈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그 원조는 구겐하임미술관(Solomon R. Guggenheim Museum)이다. 1988년 구겐하임 관장으로 부임한 토마스 크렌스(Thomas Krens·1946~ )는 속도감있게 ‘글로벌 구겐하임’ 전략을 밀어붙였다. 1990년대 초, 본관 증·개축 공사로 빚이 많아져 예산삭감과 직원 감축 등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돌파구가 분관 정책이었다. 구겐하임은 뉴욕 소호(1992~2002), 베를린(1997~2013), 스페인 빌바오(1999~ )에 분관을 열었고, 1979년 귀속된 베니스 페기구겐하임 컬렉션을 포함해 5개 관을 두었다.

이후 2000년대 들어 상하이, 일본, 대만 타이중, 홍콩, 브라질 리우에 분관 설치를 검토하고 계약서까지 썼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이때 구겐하임은 자신뿐만 아니라 러시아 에르미타주(The State Hermitage Museum)와 오스트리아 비엔나미술사 미술관(Kunsthistorisches Museum)까지 공동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에 끌어들였지만, 성과는 없었다. 현재 소호와 베를린 구겐하임은 문을 닫고 현재 본관 포함 3개 관을 운영 중인데, 2025년 또는 26년 개관예정인 아랍에미레이트 아부다비 분관이 있다.

쇠락한 도시가 미술관 하나로 부흥한 ‘빌바오 효과’로 유명한 구겐하임 분관 유치를 위해 1990년대 초 부산, 광주, 여수, 인천, 창원, 전남, 경남 등이 나서 노력했지만, 당시 타당성 조사비 수억에, 5000억원에 달하는 유치비용과 매년 지출할 수백억 원의 로열티에 놀라 슬그머니 꼬리를 감췄다. 당시 이런 도시 간 유치 열전은 빌바오 효과에 관한 연구나 성찰 없이 유치만 하면 문화도시가 되고 관광객이 쇄도할 것이라 믿은 때문이다. 또 한순간에 도시의 이미지를 바꿔 놓을 전략적 수단으로 인식한 까닭이다.

러시아 에르미타주도 프랜차이즈 사업에 진심이었으나, 현재는 2015년 개관해 주로 에르미타주 소장품을 전시하는 말라가 러시아컬렉션(Collection of the Russian Museum)만 남고, 암스테르담 분관은 폐관했다. 2024년 개관을 계획하며 2013년부터 민자유치사업으로 추진된 바르셀로나 분관은 지역 사회 반대로 무산됐다. 당시 에르미타주 분관은 마드리드를 비롯한 스페인의 23개 지방 수도와 다른 유럽 도시 수십 곳이 유치를 추진했지만, 재정적인 이유와 “뻐꾸기 새끼를 키우기보다는 시간이 걸려도 고유의 자기 브랜드를 가진 미술관을 갖자”는 주장에 밀려 무산됐다.

로댕미술관 상하이 분관으로 사용될 2010 상하이엑스포 당시 프랑스관 /사진출처=위키피디아




루브르와 퐁피두 그리고 대한민국


미술관 프랜차이즈 사업이 조금 뜸해진 요즘, 프랑스의 루브르와 퐁피두가 열심이다. 이는 현실적으로 매우 불량한 현재 재정 상태에도 불구하고 2025년부터 5년간 폐관하고 대대적인 개보수공사에 필요한 공사비 마련, 휴관 중 소장품 활용이란 목적 외에 자국 문화와 예술의 우월(?) 또는 남다른 면모를 자랑하고픈 문화 제국주의적 속성도 작용한 탓이다.

퐁피두는 2010년 파리 동쪽 메츠(Metz)의 지역 분관을 시작으로 2011년 이동하는 박물관 프로젝트를 시도했으나 예산 문제로 중단하고, 2014년 벨기에 접경지역인 프랑스 북부 도시 모뵈주(Maubeuge), 2015년 프랑스 남서부 리부르네(Libourne)에 분관을 계획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퐁피두는 2019년 파리에서 40분 거리의 마씨(Massy)에 전시 및 수복보존센터(Centre Pompidou Francilien)공사를 시작해 2026년 개관예정이다.

하지만 퐁피두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외화벌이에 열심이다. 2015년 스페인 남부 말라가에 문을 연 퐁피두 분관은 5년마다 계약을 갱신하는 조건에 따라 2018년초와 2024년 재계약했다. 2018년 3월, 2025년 개관예정으로 브뤼셀의 카날-퐁피두센터(KANAL-Centre Pompidou) 분관 설립계획을 발표했다. 2019년 11월에는 중국에 상하이 퐁피두(Centre Pompidou×West Bund Museum Project)를 개관했다. 이는 한화처럼 민간기업인 상하이 웨스트 번드 그룹이 유치했다. 이곳에 프랑스의 로댕미술관 분관이 쟈크 페리에(Jacques Ferrier·1959~ ) 설계의 상하이 엑스포 당시 프랑스관으로 쓰인 건물에 문을 연다. 8년 이상의 협상과 준비 끝에 중국과 프랑스 수교 60주년을 맞아 2024년 9월 25일 개관할 로댕아트센터(Centre d’Art Rodin)는 컬렉터이자 개인사업가 우징(Wu Jing)의 소유다. 또한 퐁피두는 사우디의 알울라(AlUla)지역에도 분관을 2028~29년경 개관하기로 계약했다. 2014년에는 멕시코에 분관이 검토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리고 2025년 서울에 개관할 한화의 퐁피두 분관 외에, 퐁피두 측은 부산시 및 인천시와도 협의 중이다. 이미 부산은 시의회의 동의를 받은 상태다. 잘하면 퐁피두 분관을 하나도 아닌 두 개 또는 세 개나 가진 대한민국이 될 판이다.

(편집자주: 퐁피두와 우리 브랜드 미술관 만들기②,③으로 이어집니다.)

▶▶필자 정준모는 미술평론가이자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KAAAI) 대표다. 동숭아트센터와 토탈미술관 큐레이터로 시작해 제1회 광주비엔날레 전문위원과 전시부장을 맡았다. 이후 1996년부터 2006년까지 국립현대미술관의 최장수 학예실장을 역임하며 근현대미술의 중요한 전시들을 기획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서울시 공예박물관 등 국내 여러 미술관 및 문화기관 설립에 중추적 역할을 한 행정가이기도 하다. 현재는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대표로서 미술품 감정및 미술비평, 저술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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