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파리 올림픽에서 캐나다 여자 축구 대표팀이 드론으로 상대 팀인 뉴질랜드의 훈련장을 염탐하다 적발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드론은 이제 군사는 물론 산업·스포츠 등 모든 분야에서 쓰이고 있습니다. 세계는 지금 드론 경쟁을 하고 있고 특히 북한은 드론을 앞세워 위협을 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드론 산업 발전은 시급한 과제입니다.”
양병희(사진) 한국대드론산업협회 회장은 9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드론은 잘 활용하면 인류의 삶이 윤택해지지만 잘못 사용하면 사생활 침해는 물론 국가 중추 시설 위협, 테러 등에 이용되는 등 마치 양날의 칼과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설립된 대드론산업협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등록된 비영리법인으로 드론 체계와 드론을 방호하는 대드론 체계 구축 및 연구·컨설팅·교육 등을 하는 기관이다. 특히 불법 드론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관련 기술 발전과 국제 표준화 기여를 주 활동으로 하는 국내 유일의 대드론협회다.
협회 초대 수장인 양 회장은 예비역 육군 소장으로 현재 한국과학기술원(KAIST) 미래국방인공지능특화연구센터 교수와 한양대 융합국방학과 교수를 겸하고 있다. 군인 시절에는 26사단장, 합동참모본부 전력기획부장, 국방과학연구소 미사일연구원 전문위원을 역임하는 등 야전은 물론 작전과 무기 체계 연구까지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양 회장은 앞으로 전장에서 드론의 활약이 더 커질 것으로 내다보면서 이에 대해 우리나라도 탄탄히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드론이 전쟁터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90~1991년 걸프전쟁부터인데 지금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도 드론이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드론은 적은 비용으로 정찰·폭파·살상 등 효과적인 군사작전을 할 수 있어 앞으로 군사 분야에서 드론의 비중이 매우 높아질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북한의 드론 능력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고 평가하면서 대응 체계를 빨리 갖추는 게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양 회장에 따르면 북한은 2014년부터 드론으로 우리 영토를 침범해 정찰 활동 등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대통령실 상공까지 북한 드론이 날아든 적도 있었다
그는 “2014~2017년 북한이 집중적으로 드론을 우리 측에 띄웠는데 이 3년간 우리가 인지한 북한 드론은 14회 정도고 이는 대부분 추락한 것을 발견한 것”이라며 “우리 땅에 추락하지 않고 북으로 되돌아간 드론까지 감안하면 북한의 드론 위협 횟수는 더욱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북한이 시민들에게 수도물을 공급하는 정수장에 드론으로 오염 물질을 투하하는 테러를 벌일 가능성도 있다”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도 드론 방어의 중요성이 부각된 만큼 우리도 빨리 북한 드론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드론 기술의 향상과 드론 산업의 발전은 군사적 영역뿐 아니라 산업·경제적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양 회장은 평가한다. 그는 “농업, 예술·엔터테인먼트, 건설, 에너지, 의료, 택배 등 드론의 활약상은 광범위하다”면서 “드론의 사회·경제적 잠재력은 엄청나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 경제에서 핵심 역할을 할 중요한 산업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양 회장은 우리나라 드론 산업의 현주소에 대해 세계시장에서 아직 경쟁력이 높지 않다고 진단하면서 정부와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을 촉구했다. 그는 “세계 드론 시장 규모는 2021년 32조 원에서 2032년에는 146조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현재 세계 드론 시장의 70%를 중국이 장악하고 남미 국가들이 뒤따라오는 형국”이라면서 “우리 정부도 제2차 드론산업발전기본계획(2023~2032년)을 수립해 추진 중인데 2032년에는 우리가 드론 5대 강국에 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현재 주로 중소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는 국내 드론 산업에 자본력과 기술력을 갖춘 대기업들이 함께해야 빠르게 발전할 수 있다”며 “정부도 드론을 테스트할 수 있는 공간을 확대해 주는 등 드론과 관련한 여러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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