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기를 단 선박이 북한 항구에서 포착됐다. 대북 제재 위반 전력이 있는 북한 선박은 러시아 항구에 입항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소리(VOA)는 9일 선박 위치 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을 통해 중국 화물선인 ‘아오후이68’이 한국 시간 8일 저녁 8시 55분쯤 남포의 대동강변에서 위치 신호를 발신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선박은 이날 현재 이동하지 않고 대기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VOA에 따르면 아오후이68호는 국제해사기구(IMO)의 고유번호 대신 언제든 변경 가능한 해상이동업무식별번호(MMSI)를 통해 위치 정보가 파악됐다. 일반적으로 IMO는 선박의 고유 번호를 토대로 중량톤수와 이전 선박명, 선적, 선주 정보 등을 게시하고 있지만, 아오후이68호의 MMSI 번호로는 이런 내용이 확인되지 않는다. 따라서 아오후이68호가 길이 97m의 화물선이라는 점과 중국 깃발을 달았다는 것 외에 추가로 알려진 정보는 없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강화된 2018년 이후 북한 항구에서 발견되는 해외 선적 선박은 크게 줄었는데,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북한이 국경을 폐쇄한 뒤부턴 다른 나라 깃발을 단 선박이 발견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이에 VOA는 북한이 아오후이68호를 중고로 구매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일반적으로 북한이 중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선박을 구매하면 해당 선박이 북한 깃발을 달기 전까진 이전 선박의 등록 정보가 외부로 드러나곤 했다는 것이다.
다만 북한이 이런 방식으로 아오후이68호를 구매한 것이라면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지난 2016년 채택한 대북 결의 2321호에 따라 북한은 다른 유엔 회원국으로부터 선박을 구매하지 못한다. VOA는 이날 북한 선박 금야호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에 입항했다는 소식도 전했다.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금야호는 현지 시간으로 7일 오후 5시 20분쯤 블라디보스토크의 계선 장소에 도착한 뒤 9일 새벽 현재까지 대기 중이다.
금야호의 러시아 항구 입항은 약 3주 만이다. 지난해 6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약 90㎞ 떨어진 나홋카 항구에 입항하며 많은 주목을 받은 금야호는 지난달 15일엔 블라디보스토크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2022년 발행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의 연례보고서는 금야호의 제재 위반 사례를 지적한 바 있다. 2021년 5월 청진에서 선적한 석탄을 중국의 닝보-저우산항에 하역했다는 내용이다.
익명을 요구한 유엔 관계자는 지난해 금야호가 러시아 항구에 입항했을 당시 VOA에 “이 선박이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며 북한산 석탄을 수출했다는 내용이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보고서에 언급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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