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동안 가공 거래를 통해 수백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하고 조세를 포탈한 국내 중견 의약품 판매 대행 업체 경영진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로부터 금품을 받은 전·현직 세무 공무원들도 함께 기소됐다. 이들은 회사 설립과 동시에 비자금 조성·조세 포탈을 했고 이 과정에서 일부 공무원들이 금품을 요구하는 등 일탈 행태가 수사 결과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이진용 부장검사)는 중견 의약품 판매 대행 업체 P사의 경영진과 공인회계사, 가공거래 업체 대표 등 9명을 기소하고 법인 6개도 함께 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P사의 대표이사 A (63) 씨와 상무인 B(48) 씨는 구속 기소됐다.
A 씨는 2014년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10년간 거래 상대방과 가공 거래를 통해 법인 자금을 유출하고 수수료를 제외한 나머지 현금을 반환받는 방법으로 225억 원 규모 비자금을 조성하고 임의로 유용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배임 혐의가 적용됐다. B 씨 역시 2019년 1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실질거래 증빙자료를 조작해 제출하는 방법으로 과세 당국의 세무조사와 형사재판 등을 방해해 위계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받는다. 코스닥 상장사 I사 부사장인 공인회계사 C(48) 씨는 P사의 세무대리인으로 위촉된 후 세무 당국의 세무조사를 무마해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 2억 9000만 원을 수수하고 8회에 걸쳐 세무조사를 방해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 P사의 비자금을 조성해 줄 목적으로 I사를 동원해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하는 등 합계 16억 원 상당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한 혐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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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전·현직 세무공무원들에 대한 전방위적인 로비도 했다. 세무공무원과 전직 세무공무원인 세무사 등이 P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하자 C 씨는 조사 무마 명목으로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검찰은 금품을 받은 전·현직 세무공무원 5명을 기소하고 수수한 금품에 대한 추징보전도 의뢰했다. 국세청 팀장 D(54) 씨는 P사의 세무조사를 원만히 종결해달라는 명목으로 C 씨 등으로부터 합계 8000만 원을 수수했다. 이밖에 다른 국세청 공무원들도 500만 원에서 5400만 원까지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P사의 세무조사를 담당하거나 이를 알선했던 일부 세무공무원들은 적극적으로 금품을 요구하거나 세무조사 대상자에게 내부 조사 정보를 유출하는 사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조세 관련 기업범죄 수사에 있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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