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절대적인 자본주의 시스템이 강화되면서 이에 대한 소외와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이를 수정하기 위해 어떤 이는 ‘진보’ ‘개혁’ ‘민주주의’ 등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효과적이지 못하다.
신간 ‘‘좌파’의 ‘우울’(원제 Left-Wing Melancholia)’은 새로운 정치적 상상과 정치적 패러다임을 요구하면서 다시 ‘좌파’를 내세운다. 여기서 ‘좌파’는 평등을 핵심의제로 하는 구호다. 저자는 책에서 당파성과 거리를 두고 근대의 ‘좌파’ 문화의 부상과 성장과 몰락을 객관적으로 살펴본다. 좌파의 부상이 근대를 추동한 주요 동력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리고 이제 다시 ‘좌파’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재사유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저자는 지난 1989년의 현실사회주의권의 몰락 이후 전 세계가 거의 ‘자본’이라는 한쪽 날개로만 비행해왔다고 진단한다. 그것은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불려 왔는데, 가장 전형적이고 부정적인 후과 중 하나는 트럼피즘으로 대표되는 ‘민주주의 국가’의 ‘앵그리 화이트’가 꼽힌다.
미국의 ‘앵그리 화이트’는 일종의 민족주의를 정치적 분출구로 삼키고 있지만 그것은 미국 중산층의 몰락을 상징한다. 유럽의 ‘난민 파시즘’ 또한 값싼 노동력만 착취하고 정치적 권리는 박탈하려는 ‘붕괴된 자본주의’의 망상일 뿐이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AI)의 개발로 진정한 ‘혁명’ 단계로 진입하는 듯하지만 이 혁명의 주인공이어야 할 MZ세대는 중국의 경우 탕핑족, 한국의 경우 5포세대로 불린다. 그리고 그와 같은 경제와 사회 현실 사이에서 중국이나 한국이나 ‘정치’는 권력 다툼 이상을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 어디서도 마음 둘 곳을, 심리적 위안처를 찾지 못하는 대중은 유럽에서는 네오파시즘에 의지하거나 우울증을 안고 지내거나 한다. 아니면 ‘상담’에 의지하거나 ‘개딸’ 등의 정치적 팬덤에 몰두하곤 한다.
저자는 “새로운 정치적 상상과 관련해서는 당연히 양쪽 날개로 나는 새를 복원해야 할 것이며, 그것은 ‘좌파’에 대한 솔직하고 용기 있는 성찰 및 반성과 결부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책 제목의 ‘우울’은 우리가 주로 말하는 우울증의 ‘우울(depression)’이 아니라 ‘언짢은 느낌 또는 반성이 따르는 슬픔 감정’을 뜻하든 ‘우울(melancholia)’를 의미한다. ‘좌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우리 시대에 대한 아픔을 표현한다. 3만 2000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