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주요국들이 중국산 저가 제품에 잇따라 보복 관세를 부과하거나 관세 인상을 검토하며 대(對)중국 장벽을 높이고 있다.
8일(현지 시간) 멕시코 연방관보(DOF) 홈페이지에 따르면 멕시코 경제부는 전날 중국산 SBS(스티렌-부타디엔-스티렌) 고무 수입에 대한 행정 반덤핑 조사 절차 개시를 선언했다. SBS 고무는 열가소성 탄성체로 플라스틱과 고무의 성질을 동시에 지녔다. 아스팔트 도로 포장 첨가제, 접착제, 신발 제조 등에 주로 활용되고 타이어를 만드는 데도 쓰인다. 관보를 보면 이번 조사 신청인은 미국 접경 타마울리파스주(州)에 공장을 둔 ‘다이나솔’로 멕시코에서 SBS 고무를 제조하는 유일한 회사다. 다이나솔은 중국 SBS 업계가 멕시코 시장 수요의 35배에 달하는 연간 91만 7000톤의 생산 용량을 갖추고 있어 멕시코 업체들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미국이 2018년 중국산 일부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SBS 고무도 여기 포함됐고 지리적으로 가까운 멕시코가 미국의 매력적인 대안이 됐다”며 “(합성고무의) 전 세계 설비 용량의 55%를 보유하고 있지만 자국 내 수요가 둔화된 중국에 있어 실질적인 수출 목적지는 멕시코”라고 주장했다.
멕시코 경제부는 이번 조사에서 타이어 및 기타 고무 제품 수입·생산·제조 업체 84곳을 들여다볼 계획이다. 조사 대상 기간은 지난해 4월 1일부터 1년간이며 전체 분석 기간은 2021년 4월 1일부터 총 3년이다. 경제부는 분석 기간인 2023년 4월부터 올 3월까지 수입품의 평균 가격이 멕시코산에 비해 45.1% 저렴했고 ‘비교 기간 1년차’인 2021년 4월~2022년 3월에는 38.9%, ‘비교 기간 2년차’에 해당하는 2022년 4월~2023년 3월에는 44.8% 쌌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부는 중국산의 가격 공세로 SBS 고무의 전체 판매량은 증가했지만 판매 가격이 오르지 않고 외려 지난 1년(분석 기간)간 22% 떨어졌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판매 가치 역시 1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멕시코 정부의 이번 조사 개시 결정은 지난달 하순 로헬리오 라미레스 데라 오 재무장관이 “중국은 우리에게 팔기만 하고 사지는 않는다”며 “교역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발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나왔다. 앞서 지난해 멕시코 경제부는 내년 7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수입 철강에 대해 5∼25%의 임시 관세를 부과하는 안을 기습 발표했으며 이는 저가 중국산 제품을 겨냥한 조치로 해석됐다.
중국의 저가 공세를 향한 강경 대응은 또 다른 중남미 국가들에서도 포착된다. 브라질은 지난해 중국산 철강 수입이 전년 대비 50% 급증한 반면 국내 생산이 6.5% 감소하는 등 관련 산업이 타격을 입자 올 들어 철강 부문 관세율을 올렸다. 칠레도 4월 중국산 철강의 덤핑 방지 목적으로 최대 33.5%의 잠정 관세를 매긴다고 발표했으며 콜롬비아 철강협회 역시 국내 생산 감소를 이유로 중국산 철강에 부과하는 관세를 기존 5%에서 20∼25%로 높일 것을 정부 측에 압박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철강협회에 따르면 역내 철강 시장에서의 중국산 점유율은 2000년 15%대에서 지난해 54%로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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