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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피두와 우리 브랜드 미술관 만들기② 뻐꾸기 새끼 말고 우리 미술관 돌아보기 [아트씽]

[정준모의 여기, 역이(逆耳)]

퐁피두와 우리 브랜드 미술관 만들기②

퐁피두 분관 유치에 수백 억원 로열티

이미 보유한 시립 미술관 지원은 옹색

2015년 개관한 퐁피두 말라가 전경 /사진출처=위키피디아




프랑스의 국립근대미술관(Musee National d’Art Moderne)인 퐁피두센터 분관을 프랜차이즈처럼 세계 각지에 두는 ‘퐁피두 분관’은 5년마다 계약을 갱신한다. 말라가 퐁피두의 경우 이미 2018년 그리고 2024년 계약을 갱신했다. 이번 10년 장기계약의 내용을 보면 2025~29년까지 말라가는 매년 로열티로 270만 유로(약 40억 6000만 원), 2030년~34년까지는 매년 310만 유로(약 51억 1000만 원)를 지불하기로 했다. 대신 퐁피두는 10만 점에 달하는 컬렉션에서 추린 약 100점의 작품으로 상설전시를 구성하고 2년 단위로 교체하는 조건이다. 르몽드 보도에 의하면 ‘퐁피두센터 한화 서울’은 4년간 2000만 유로(약 301억원), 연간 75억원 이상의 로열티를 내는 조건으로 협상을 시작해 연 2회 퐁피두 소장품으로 구성하는 전시 및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매년 약 200만 유로(약 28억원)를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우디 알울라는 10년 계약에 1년에 2백만 유로(약 31억원)를 조건으로, 상하이는 연간 1.6백만 달러(약 22억원)를 지불하는 조건으로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뤼셀의 카날(KANAL)-퐁피두센터는 10년을 계약했다고 하는데 확실한 로열티 지불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참고로 아부다비 루브르는 4억100만 유로(약 6,031억원) 즉 연 201억씩 내는 조건으로 30년 동안 명칭을 사용하기로 했다. 빌바오는 구겐하임 소장품 250점을 매년 교체 전시하는 조건으로 8900만 달러(약 1225억 원)를 지불하며, 개관을 위한 1377억 원의 건축비 외에 5000만 달러(688억 원)의 작품 구입비를 조성하며, 구겐하임에 보증금 조로 2000만 달러(약 275억 원)를 지불하고, 미술관의 연간 예산 1200만 달러(약165억 원)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상의 로열티는 미술관 명칭 즉 브랜드 사용료이고, 유치 이후 건물을 새롭게 건축하거나 기존의 건물을 개보수하는 건축비, 전시기획비, 운송 및 보험 등의 비용과 미술관 유지를 위한 시설 및 인력관리비용 등 일반 경상경비까지 추가로 필요한 비용은 별개다. 임대한 주택의 유지 관리비를 임대인이 내야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관을 유치하면 곧 그 도시가 세계적인 문화 예술의 중심지가 되었다는 착시현상 때문에 미술관 구독경제의 유혹에 빠져드는 것이다. 하지만 퐁피두는 프랑스의 문화적 영향력을 세계에 과시하고 이를 강화하며, 프랑스 문화 예술 발전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기 때문에 프랜차이즈 사업에 열중 할수 밖에 없는 구조다.

부산시립미술관 후문 쪽 정면은 벡스코(BEXCO) 건물이 가로막고있다. /사진출처=위키피디아


우리 미술관 돌아보기


퐁피두 한화 서울 이후에도 부산시와 인천시가 퐁피두 분관 유치에 진심이었다. 하지만 인천시는 현재 인천시립미술관을 포함하는 ‘인천뮤지엄파크’ 조성사업을 2014억원을 들여 2027년 개관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 인천시는 한화가 퐁피두 분관 유치를 발표한 후, 유치전에서 손을 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부산은 매우 열정적이다. 이미 부산 남구 이기대 공원에 약 3만㎡(약 9075평)의 부지를 확보했다. 여기에 현재 부산시립미술관 건물 2만1425㎡(약 6481평)의 약 3분의2 크기이며, 현 부산현대미술관과 비슷한 규모인 연 면적 1만5000㎡(약 4500평) 규모의 미술관을 건립해 전시실, 레지던시, 수장고, 커뮤니티홀, 교육실, 야외공원 등을 갖춘다는 계획을 세워 추진 중이다. 부산시의회도 부산시의 ‘세계적 미술관 분관유치를 위한 업무협약 동의안’을 가결했다. 이후 부산시는 속도감 있게 이를 추진할 모양이다.



그런데 부산시의 퐁피두 분관 유치를 위한 행보를 보면서 가장 궁금한 것은 기존의 부산시립미술관(1998년 개관)과 부산 현대미술관(2018년 개관)과 새롭게 이기대 공원에 들어설 에정인 ‘퐁피두 부산’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이다. 특히 다른 도시와 달리 2개의 시립미술관을 운영하는 부산시가 부산시립미술관과 부산현대미술관이 어떻게 같고 다른지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같은 시대와 장르를 다루는 상황에서, 퐁피두 부산은 기존 미술관과 어떻게 역할을 분담해 시너지를 낼 것인가 궁금해졌다.

사실 퐁피두 부산을 유치하려는 이유는 부산시나 부산시민이 부산시립미술관이나 부산현대미술관의 활동이 부진하거나 부산의 시세를 따라오지 못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두 미술관과, 미술관 일에 30여 년 종사한 필자의 경우는 이런 부산시와 시민들의 평가에 동의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억울하기까지 하다.

왜냐면 개관 이후 변변하게 기능할 수 있도록 예산이나 조직, 작품수집이나 인력에 대한 지원을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미술관은 소장품, 인력, 건물로 구성된다. 하지만 부산시립미술관이나 현대미술관의 경우 가장 근본적인 시스템조차 갖추지 못한 상태다. 비는 새서 양동이를 받쳐야 하고, 벡스코를 증축하면서 미술관을 가로막아버린 처사는 그렇다 하더라도 두 미술관의 처지는 처량하기 그지없다. 미술관은 부산광역시청의 사업소로 관장은 지방학예연구관 또는 일반임기제 공무원이다. 연간 예산은 최근 증액되었다 해도 100억~120억원 내외이며, 미술관의 필수인력인 레지스트라, 수복보존, 교육, 디자인, 아키비스트 등의 전문인력의 확보는 커녕 직제도 없는 상태다. 부산시립미술관은 개관 당시 소장품도 없이 개관해 2022년 현재 총 2,940점이며, 부산현대미술관의 소장품은 2023년 현재 297점이다. 그 질에 대해서는 논외로 하고말이다.

프랑스 국립근대미술관인 퐁피두센터 전경 /사진제공=정진권


이에 반해 퐁피두의 경우 12만 점의 소장품과 연간 예산 1억 2900만 유로(약 1939억원)를 사용하며, 큐레이터, 행정, 교육 및 지원 인력을 포함해 약 10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테이트 모던의 경우 약 7만8000점의 소장품과 연간 약 6000만 파운드(약 1054억원)의 예산으로 전시, 교육, 시설 유지보수 등에 사용하며, 약 500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사실 향후 부산시가 유치 운영하겠다는 퐁피두 부산이 파리의 본관처럼 작동하려면 최소한 이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예산과 인력이 필요할 것이다. 만약 현재의 부산시립이나 현대미술관의 시스템을 적용한다면 그 결과는 퐁피두 아니라 테이트 모던 등 세계 최고의 미술관이 들어온다 해도 지금의 부산시립미술관과 크게 나아지거나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그들이 최고라고 추앙받는 까닭과 우리가 그토록 유치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그들의 미술관을 작동하는 기본적인 시스템이지 이름, 브랜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분관을 유치한다해도 이런 기본적인 시스템을 갖추어야 작동 가능하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편집자주: 퐁피두와 우리 브랜드 미술관 만들기①에서 시작해 ③으로 이어집니다.)

▶▶필자 정준모는 미술평론가이자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KAAAI) 대표다. 동숭아트센터와 토탈미술관 큐레이터로 시작해 제1회 광주비엔날레 전문위원과 전시부장을 맡았다. 이후 1996년부터 2006년까지 국립현대미술관의 최장수 학예실장을 역임하며 근현대미술의 중요한 전시들을 기획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서울시 공예박물관 등 국내 여러 미술관 및 문화기관 설립에 중추적 역할을 한 행정가이기도 하다. 현재는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대표로서 미술품 감정및 미술비평, 저술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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