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인구는 14억 명에 달하고 그중 26%가 15~26세 청년층입니다. 1인당 소득은 평균 3000달러가 안 되지만 우리는 매년 7%씩 성장하고 있으며 인터넷 사용량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변화가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이끌 겁니다.”
인도 대형 은행인 ICICI뱅크의 다국적 기업 담당 지역 총괄인 샤팔리 자인은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인도의 반도체 성공을 자신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인도의 강력한 소비 시장”을 꼽았다. 날로 규모를 키워가고 있는 인도 내수 시장의 수요만 따져도 산업의 동력이 되기에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에 따르면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이 2030년까지 1조 달러(약 1365조 원) 규모까지 몸집을 불릴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인도 정부는 자국 반도체 시장이 연평균 16%씩 성장해 2030년 1090억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인도는 반도체의 95% 이상을 수입하고 있다. 수입량만큼만 내수로 돌려도 엄청난 규모인 셈이다.
반도체뿐만이 아니다. 중국을 넘어서 세계 1위 인구 대국으로 자리매김한 인도는 글로벌 기업들에 가장 매력적인 시장으로 꼽힌다. 최근 글로벌 스마트폰 1위 기업 애플이 최신 제품인 아이폰16 상위 모델의 일부를 인도에서 제조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는데 급성장 중인 인도 스마트폰 시장을 선점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애플은 지난해 두 개의 플래그십 매장을 인도에 열었는데 이 역시 내수 공략을 위한 행보로 읽힌다. 시장조사 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에서 팔린 스마트폰은 1억 3810만 대로 중국(2억 6170만대)에 이은 글로벌 2위 시장이다. 더욱 기대되는 것은 미래 성장세다. 소득이 증가하면 중산층이 늘어나고 내수 소비 시장이 성장하는 경로를 인도가 착실하게 밟아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인도 비영리 연구단체 프라이스는 2047년 인도 전체 인구의 60%인 8억 명가량이 중산층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 고성장을 이끄는 젊은 인구들로 인해 글로벌 기업이 눈독 들이는 시장으로는 베트남·말레이시아 등이 거론된다. 특히 베트남의 경우 1억 명이 넘는 인구가 이끄는 내수 소비 증가율이 지난 10년간 연평균 7.0% 수준에 이를 정도로 가파르다. 또 전체 인구의 32.7%가 25~44세 청년층이고 2050년까지도 인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태국과 인도네시아는 정부의 산업 육성책과 맞물려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어 주목된다. 태국 정부는 2030년까지 무공해 차량 생산이 전체 자동차 생산의 30%를 차지하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전기차 보급률이 2021년 1%에서 2023년 약 11%로 증가했다. 2억 7000만여 명이 거주하는 세계 4위 인구 대국이자 세계 최대의 니켈 생산국인 인도네시아는 전기차와 배터리 제조업을 육성하기 위해 보조금과 세금 감면 등을 통해 투자를 유치 중이다. 2050년까지 전기차 100% 전환이라는 야심 찬 목표도 세웠다. 인도네시아의 전기차 보급률은 2023년 1.7% 수준으로 아직 초기 단계지만 소득 증가 및 중산층 확대와 더불어 전기차 시장도 가파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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