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는 28개 주로 이뤄진 연방국가다. 각 주는 언어와 민족, 문화, 규제가 서로 다르며 기업 유치나 산업 발전을 위한 경쟁도 치열한 편이다. 이런 경쟁 속에서 인도를 대표하는 ‘반도체 허브’ 타이틀은 구자라트가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 산업 육성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앵커(닻)가 될 공장이나 유닛을 유치하는 것인데 초기 4개 프로젝트 중 3개가 구자라트에 터를 잡았기 때문이다. 반도체 시설은 산업적 특성상 한 지역에 집중되는 편이 유리하고 포화 상태가 아닌 한 다른 지역을 찾을 이유도 없다.
왜 구자라트였을까. 주 정부의 과학기술 및 혁신 정책 등을 총괄하고 있는 모나 칸다르 과학기술부(DST) 수석비서관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면에서 우리가 빨랐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자라트주는 주 정부의 재정 지원을 약속하는 반도체 전용 정책을 내놓은 인도 최초의 주(州)였다”고 말했다. 인도 정부가 ‘인도반도체미션(ISM)’을 통해 투자금의 최대 50%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하자 곧바로 최대 25%의 주 정부 보조금 지원을 내놓으며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이어 “우리 정책은 ISM과 완벽한 시너지를 이룰 수 있도록 구성돼 추가 절차를 최소화했다”며 “불필요한 규제나 절차도 없애 시간·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속도뿐 아니라 입지 경쟁력도 한몫했다. 모나 국장은 구자라트가 세계적 수준의 인프라 구축에 힘쓰고 있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반도체에 초점을 맞춰 개발 중인 돌레라 특별투자구역을 예로 들었다. 개발 가능 면적만 567㎢로 상하이의 6배 규모인 이 지역에는 사방을 잇는 4·6차선 국도와 고속철도, 국제공항이 건설 중이다. 1600㎞의 긴 해안선을 따라 자리 잡은 대형 항구 3곳과의 연결도 최대한 편리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모나 국장은 구자라트를 “인도 제조업을 이끌어가는 선도적인 주”라고 강조하며 전력 및 산업용수 등 핵심 인프라 문제도 잘 해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구자라트주는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전력을 보유하고 있는 지역이며 특히 돌레라는 전력 공급망이 이중으로 돼 있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력 일부는 지역의 수많은 태양광과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로 공급될 계획이며 폐수 처리 등 환경 부분도 해결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모나 국장은 “반도체 산업 육성은 ‘장기전’이며 반도체 허브가 자리 잡기까지 최소 10년은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2030년까지 반도체 허브로 자립하는 것이 목표”라며 “반도체는 모든 기술 기반 제조 및 산업의 중심인 만큼 반도체 허브의 성공이 구자라트를 넘어 인도 경제성장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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