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경제 블록 간 파편화가 심화할 경우 세계 교역 시스템에 엄청난 비효율이 초래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가 간 무역장벽이 필요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교역 의존도가 큰 신흥국 경제는 타격을 입고 선진국 역시 비싼 값을 치르고 수입품을 소비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악시오스 등에 따르면 기타 고피나트 국제통화기금(IMF) 수석부총재는 “세계무역 파편화의 징후가 점점 더 많이 나타나고 있다”며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상품 교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16%에 불과했던 냉전 때와 달리 지금은 무역 파편화의 비용이 훨씬 비싸졌다”고 지적했다. IMF에 따르면 극단적인 무역 파편화 시나리오에서 세계가 떠안게 될 손실은 세계 GDP의 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편화의 비용은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 블록 간 분리 정도가 심화할수록 늘어난다. 중국 중심 경제 블록의 경우 2022년부터 금융 결제망에서 미국 달러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히 감소했다. 대신 같은 기간 위안화 점유율은 4%에서 8%로 2배 증가했다. 미국 달러의 지배력이 약화할 경우 신용 기반의 기존 통화 체제가 무너지면서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질 때까지 세계가 파편화의 비용을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가 들어설 경우 블록 내에서도 파편화가 더욱 극단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유럽연합(EU)과 아시아 동맹들을 비롯한 모든 국가의 수입품에 최소 10%의 보편 관세를 매기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미국의 무역적자 원인으로 지목한 한국·일본·유럽·멕시코·캐나다산 자동차와 부품에 대해서는 고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세계 관세장벽이 잇따라 높아지면 소규모 개방경제국은 더욱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선진국의 저소득 가구들 역시 저렴한 수입품에 접근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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