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역사(力士)’ 장미란(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이후 12년의 기다림이 끝났다. ‘장미란 키드’ 박혜정(21·고양시청)이 장미란 이후 처음으로 역도 여자 최중량급 한국인 메달리스트로 우뚝 섰다.
‘역도 요정’ 박혜정은 11일(한국 시간) 프랑스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역도 여자 81㎏이상급 경기에서 인상(멈춤 동작 없이 한 번에 들어 올리기) 131㎏, 용상(구분 동작으로 들어 올리기) 168㎏, 합계 299㎏을 들었다.
자신의 합계 한국 기록(296㎏)을 경신한 박혜정은 합계 309㎏(인상 136㎏·용상 173㎏)을 든 세계 최강 리원원(중국)은 넘어서지 못했지만 합계 288㎏(인상 126㎏·용상 162㎏)의 3위 에밀리 캠벨(영국)을 멀찍이 제치고 은메달을 따냈다. 캠벨은 2021년 도쿄 올림픽 은메달리스트다. 리원원은 올림픽 2연패에 성공했다.
역도 여자 최중량급 한국인 메달리스트는 장미란뿐이었다. 장미란은 여자 최중량급 기준이 75㎏ 이상이던 2004년 아테네 대회(은메달), 2008년 베이징 대회(금메달), 2012년 런던 대회(동메달)에서 메달을 수확했다. 2021년 도쿄 대회에서 노 메달에 그쳤던 한국 역도는 박혜정을 앞세워 8년 만에 올림픽 메달의 맥을 살려냈다.
박혜정은 중1이던 2016년 장미란의 경기 영상을 보고 역도 스타로 꿈을 정한 선수다. 최중량급 구도는 리원원이 압도적 1강이고 박혜정은 추격자 그룹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었다. 애초 목표가 첫 올림픽에서 메달권 진입,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금메달 획득이었는데 목표대로 첫 도전에서 빛나는 메달을 손에 넣었다.
박혜정은 올해 4월 태국 푸껫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합계 296㎏을 들어 325㎏의 리원원에 이어 2위를 했다. 모친상의 아픔을 딛고 올림픽 티켓을 따낸 대회다. 리원원이 경기 중 부상을 당한 2023년 세계선수권과 리원원이 부상으로 결장한 10월 아시안게임에서 박혜정은 우승했다.
한국스포츠과학원 국가대표스포츠과학지원센터는 젖산염 수치를 측정해 박혜정에게 맞는 훈련 강도와 적정 휴식 시간 정보를 제공했다.
주기적으로 심박변이도(HRV)도 측정해 수치화했다. HRV는 심장 박동 간격의 시간과 심박수 사이의 변화다. 그 변화는 자율신경계의 교감신경계와 부교감신경계에 의해 조절된다. 교감신경계가 자동차의 가속장치 역할을 한다면 부교감신경계는 제동장치라고 볼 수 있다. 선수마다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는 HRV 수치가 다르다. 박혜정의 경우 과도하게 흥분된 상태보다 살짝 가라앉은 상태에서 더 많은 무게를 들어 올릴 수 있었다. 센터는 고유한 HRV를 꾸준히 측정해 최고의 컨디션으로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도왔다.
한편 대한체육회는 양궁 남녀 3관왕 김우진과 임시현을 한국 선수단 최우수선수(MVP)로 뽑았다. 결산 기자회견에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협회를 작심 비판한 배드민턴 안세영에 대한 질문에 “들어가서 이야기를 들어볼 것이다. 들어보고 제도 개선이 필요하면 손 보고 혹시라도 오해가 있었다면 진솔한 대화를 통해 정리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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