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에서 열린 청문회 횟수가 개원 74일 만에 벌써 8회에 이르면서 역대 국회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입법·현안 청문회 내용이 기록된 16대 국회 이후 21대 국회까지는 4년 회기 동안 청문회 개최가 각각 4~6건에 그쳤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을 수사했던 김영철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 청문회 등 민주당이 강행을 예고한 청문회까지 포함하면 22대 국회의 청문회 개최 건수는 총 16회로 늘어난다. 여야가 입법이나 정책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합의해 청문회를 개최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지금은 거대 야당이 윤석열 정부 인사 ‘탄핵’과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 ‘방탄’ 등을 위해 여당의 반대 속에 일방적으로 정치 공세 차원의 청문회를 강행하고 있다.
22대 국회가 개원한 뒤 12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쓰고도 여야 합의로 처리한 경제·민생 법안은 0건이다. ‘정쟁 국회’라는 국민적 지탄이 쏟아지자 여야는 부랴부랴 8월 임시국회에서 간호법 등 이견이 크지 않은 민생 법안을 우선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민생 협력’의 전제 조건으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금지를 요구하고 있다. ‘여야정 협의체’에 대해서도 윤석열 대통령과 민주당 신임 대표 간 양자회담을 개최한 뒤 윤 대통령이 협의체에 직접 참여해야 구성할 수 있다고 고집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야당의 방송 장악을 위한 ‘방송 4법’, 불법 파업을 조장하는 ‘노란봉투법’, 전 국민에게 25만 원씩 지급하는 ‘민생회복지원금 특별법’ 등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6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야당이 여권이 수용하기 힘든 법안을 밀어붙여 거부권 행사를 유도해 탄핵 명분을 쌓으려는 의도라고 의심하고 있다. 법안 강행-거부권 행사라는 정쟁의 쳇바퀴에서 벗어나려면 입법 권력을 쥔 거대 야당부터 달라져야 할 것이다. 민주당이 수권 정당이 되려면 국정 발목 잡기를 위한 탄핵·청문회 폭주와 포퓰리즘 입법 강행을 멈추고 ‘민생 협치’ 약속부터 지켜야 한다.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하고 여야 합의가 가능한 민생·경제 법안부터 조속히 처리해야 협치의 불씨를 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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