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막길을 걷던 국내 건설사들의 주택 수주액이 올 상반기 깜짝 반등했다. 집값이 뛰면서 사업성이 개선되자 자금조달이 쉬운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사업에 속도를 낸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과거 주택시장 호황기와 비교하면 수주액이 여전히 낮고 건설사들의 신규주택 기피현상도 나타나고 있어 공급 부족 우려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1~6월 국내 건설사들의 주거용 건축 수주액은 33조 7335억 원으로 전년 동기(29조 8766억 원)보다 약 13% 증가했다. 지난 1분기까지만 해도 주거용 건축 수주액은 약 11조 원으로, 10년 만에 최저를 기록할 정도로 저조했다. 그러나 2분기 들어 전년 동기 대비 2배가량 늘어난 약 22조 원의 수주액을 기록한 효과에 힘입어 반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택 수주는 신규 주택 사업과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수주를 의미한다.
건설사 주택 수주액은 상반기 기준 2021년 약 39조 원에서 2022년 약 48조 원까지 급증한 뒤 지난해 약 30조 원으로 하락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경색 등 여파와 자잿값 상승에 수주 기피 현상이 확산한 탓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 집값이 뛰면서 공사비 현실화가 이뤄지자 주택 수주에 관심을 두는 건설사가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첫 째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 대비 0.26% 상승하며 20주 연속 오름세를 나타냈다.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조합원들의 준공 후 시세차익 기대감이 높아진 데다 속도전의 중요성이 커지며 수도권 정비사업 현장 5곳 중 4곳은 공사비가 원만히 합의될 만큼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실제 주택 수주액 증가는 정비사업이 견인했다. 지난 6월 재건축·재개발 수주액은 4조 6068억 원으로 전년 동월(2조 9447억 원)대비 약 56% 증가했다. 포스코이앤씨는 도급액이 1조 원 이상인 부산 촉진2-1구역 재개발과 노량진1구역 재개발 등 굵직한 정비사업을 수주했다. 현대건설은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7740억 원), 롯데건설은 신반포12차 재건축(2597억 원), SK에코플랜트와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은 대전 가양동1구역 재개발(5145억 원) 등 시공권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힘입어 국내 상위 10개 건설사의 올 상반기 정비사업 수주액은 전년 동기보다 14% 상승한 10조 원을 넘어섰다.
올 하반기에도 건설사들의 주택 수주액은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강남구 압구정동과 용산구 한남동의 시공사 선정이 예정돼있기 때문이다. 한남4구역은 다음 달 30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마감한다. 예상 공사비만 약 6조 원으로 압구정에서 재건축 규모가 가장 큰 압구정3구역도 올 하반기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날 서울 강남구 삼성동 서광아파트 리모델링 공사(1992억 원)를 수주했다고 밝혔다.
다만 주택 공급 감소 우려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수주액이 최근 3년 평균(약 4조 원)을 밑도는 데다 택지를 개발해 아파트를 짓는 신규주택 수주가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어서다. 지난 6월 신규주택 수주액은 2조 7755억 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절반가량 줄었다. 개발업계의 한 관계자는 “건설사가 직접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신규주택 개발은 여전히 기피현상때문에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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