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바닷물 속 이산화탄소를 전기분해해 해수 배터리의 문제점인 이산화탄소-나트륨 침전물을 줄이는 동시에 에탄올·프로판올 등 유용한 연료로 전환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성능의 촉매를 개발했다.
한국화학연구원은 화학연 김현탁 박사와 UNIST 권태혁·강석주·이근식 교수 공동 연구팀이 최근 논문에서 새로 개발한 저렴한 비금속 촉매를 사용해 이산화탄소를 다탄소 알코올로 합성하는 전기화학 방식의 전환 기술을 발표했다고 12일 밝혔다.
현재 유닛 단위 셀 제작을 시작으로 2030년께 대용량 스택 단위 셀 안정화 등 실증을 추가로 검토한 이후 국내 산업계의 재생에너지 연계 CO2 전환 시스템 시장 선점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수 배터리는 전해질로 사용하는 바닷물의 나트륨 이온이 리튬 배터리의 리튬이온처럼 양극·음극을 오가며 충전 및 방전이 이뤄지는 이차전지다. 바닷물을 전해질로 사용해 자원이 풍부하고 친환경적이며 화재·폭발 위험이 낮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다른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저장 용량이 적고 염분으로 인한 부식, 바닷물 속 이산화탄소가 나트륨과 결합한 석회 침전물이 전극에 붙어 충·방전 효율이 저하되는 등 단점도 있다.
공동 연구팀이 개발한 전기화학 방식의 이산화탄소 분해를 통해 침전물을 줄이고 유용한 연료로 전환하는 기능도 추가할 경우, 해수 배터리의 단점을 보완하여 활용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바닷물은 이산화탄소를 저절로 흡수하는 성질이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발생한 수소 이온이 해양 산성화를 일으켜 플랑크톤부터 물고기까지 영향을 줘 생태적·경제적 피해를 입힌다. 이 때문에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줄이고자 해양에 저장하는 기술은 보완 중이며, 연구자들은 이산화탄소를 다른 물질로 전환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그동안 이산화탄소의 전기화학적 전환 방식에서는 기초화학원료인 일산화탄소(CO) 또는 식품·의약품 등에 사용되는 포름산(HCOOH) 등 탄소 1개 화합물로 전환하는 연구가 활발했다. 다만 2개 이상의 탄소가 결합된 다탄소 알코올인 에탄올(C2H5OH), 프로판올(C3H7OH) 등 유용한 연료 화합물로 전환하는 연구는 이중 탄소 결합에 대한 높은 에너지 장벽으로 인해 성공적인 결과를 얻기 어려웠다.
연구 결과 중 반응성이 뛰어난 금속 촉매인 구리를 이용해 전환하는 기술은 있으나 경제성과 안정성이 부족하다. 이에 따라 저렴한 비금속 촉매를 사용해 유용한 연료로 전환하는 기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공동 연구팀은 저렴한 카본계 소재에 이종원소(붕소, 질소)를 동시에 도핑(첨가)한 비금속 촉매를 만들어 경제성 문제를 해결하고 높은 선택도의 다탄소(C2+) 알코올 변환 성과를 얻었다. 이는 비금속계 촉매로는 세계 최초로 전기화학 기반의 고선택성 CO2 전환 C2+ 알코올 제조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해수 배터리의 전극에 새로 개발한 촉매를 적용한 신개념 CO2 전환 시스템의 효과도 검증했다.
이번 개발 촉매는 카본(흑연, Graphite) 소재에 루이스 산(붕소(B))과 루이스 염기(질소(N))가 동시에 함유된 ‘좌절된 루이스 산-염기쌍 (FLP, Frustrated Lewis Pairs)’* 구조로 만든 BN-GFLP 물질이다. 이 촉매는 상온·상압에서 CO2의 탄소와 산소의 분해·결합 반응성을 동시에 높여 전환 효율이 뛰어나다.
이렇게 분해·결합된 탄소는 3가지 종류의 알코올 즉, 메탄올(CH3OH), 에탄올(C2H5OH), 프로판올(C3H7OH)과 수소, 일산화탄소로 바뀐다. 해수 배터리에 적용해 실험한 결과, 기준 전압(가역 수소 전극 전압) 대비 0.7V 낮은 상태에서 투입 에너지 중 87.9%가 변환에 쓰였다. 변환된 물질 중 다탄소 알코올(에탄올, 프로판올)의 비중인 선택도는 95%였으며, 160시간 이상 안정적으로 작동했다.
그동안 해수 기반 이차전지는 바닷물 속 나트륨(Na)과 CO2가 결합해 의도치 않은 석회질 금속 탄산염이 만들어져 안정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이번 촉매는 이런 문제도 보이지 않아 향후 신개념 해수 배터리 기반의 CO2 전기화학 전환 시스템에 대한 효용성도 보여주었다는데 의미가 있다.
연구팀은 앞으로 후속 연구를 통해 2024년 유닛셀 제작 및 운전을 시작으로 2030년 스택셀 안정화를 통한 실증 가능성을 검토할 계획이다.
화학연 이영국 원장은 “국제적인 메이저 기업에 독점된 관련 기술시장에 온실가스 유래 바이오 원료 제조 기술을 통한 패러다임 전환으로 신규 시장의 선점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논문은 화학 공정 과학기술 분야 국제학술지인 ‘에이씨에스 캐탈리시스, ACS Catalysis(IF : 12.9))’ 2024년 6월 보충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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