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트’ 성향 논란에 휩싸인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두고 독립운동가 단체들과 야당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뉴라이트 핵심 인사가 쓴 책 ‘테러리스트 김구’가 오는 15일 광복절에 맞춰 출간될 예정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역사 퇴행 논란’까지 번지고 있다.
12일 다수 온라인 서적 플랫폼에서는 책 ‘테러리스트 김구’(정안기 저) 의 예약 판매가 진행 중이다. 교토(京都)대학에서 일본경제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딴 저자는 일제가 대한민국 근대화를 견인했다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한 책 ‘반일 종족주의’를 펴내기도 했다.
저자는 책에 “김구는 한국 근현대사에 죽음비를 몰고 다니는 짙은 먹구름이자 조작된 허구가 장엄한 역사로 둔갑한 역사인(歷史人)을 대표한다”며 “오늘날 한국인들이 환상하는 김구는 종북 주사파가 만들어낸 역사적 허상”이라고 적었다. 또한 “김구를 두고 ‘민족의 구원자’ 혹은 ‘자유와 통일의 메시아’라 환상하고 성인화(聖人化)하는 것은 지독한 정신분열이자 끔찍한 위선”이라고도 주장했다. 출판사 서평에는 “’테러리스트 김구’를 정조준하다’”라는 메인 문구가 노출돼 있다. 해당 서적 리뷰에는 “멀쩡한 역사를 어째서 왜곡하느냐”, “김구 선생의 후손들이 살아 계시는 마당에 이런 책이 나오다니” 등 비판의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현 정부 들어 ‘뉴라이트’ 계열 인사들이 학술·보훈기관에 잇따라 중용된 데 이어 뉴라이트 사관의 책까지 출판되자 역사학계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홍영의 국민대 한국역사학과 교수는 1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흔히 ‘뉴라이트’라고 알려진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국 역사를 전공하지 않았다”며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역사는 퇴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를 부정하고 새로운 것이 옳다’는 반역사적 주장이 계속된다면 사람들은 참과 거짓을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그것이 과연 올바른 역사의 길인지 의문이 든다”며 “그동안 쌓아왔던 역사의 진실이 무너져가는 것이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2017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관장을 맡았던 주진오 상명대 명예교수는 지난 8일 페이스북을 통해 현 정부의 뉴라이트 인사 중용을 지적하며 “우리가 과거 제국주의 지배에 대해 무엇을 기억하느냐에 따라 역사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진다”며 "역사의식이 한 번 뒤틀리면 미래의 역사도 동시에 뒤틀리게 돼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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