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이명박 전 대통령과 취임 후 첫 만찬 회동을 가졌다. 이 전 대통령은 최근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 당정 상황과 관련해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당정이 하나가 돼 똘똘 뭉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3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 서울 한남동 관저로 이 전 대통령 부부를 초청해 3시간 가량 만찬을 함께했다. 김건희 여사와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에서 정무수석을 지낸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 부부도 배석했다.
윤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은 국정 현안 전반에 걸쳐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최근 정치 상황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은 “국회의 극단적인 여야 구도 속에 국민의힘은 야당이나 마찬가지”라며 “난관을 헤쳐 나가는 길은 대동단결 뿐”이라고 밝혔다.
되풀이되는 거부권 정국 속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무기력한 국정 상황,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복권 문제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당정에 대해 우려를 표현 것으로 해석된다.
체코 원전 2기 건설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팀 코리아’가 선정된 것도 화두로 올랐다. 이 전 대통령은 “이번 24조 원 체코 원전 수주는 엄청난 쾌거”라고 평가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께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건설을 수주한 것이 토대가 돼 이번 체코 원전 건설 사업에서 우리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성과를 낸 것”이라며 무너진 원전 생태계를 복원하겠다고 화답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이었던 2009년 UAE의 바라카 원전 사업을 따내며 한국 원전의 수출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면서 “올해 5월 방한한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에게 ‘한-UAE 관계가 이렇게 좋은 것은 이 전 대통령께서 초석을 놓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더니, 무함마드 대통령이 ‘맞다’며 크게 공감했다”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아울러 이 전 대통령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미국, 일본, 중국과 300억 달러 규모 통화 스와프를 체결해 위기를 극복했던 경험을 소개하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다음에 다시 날을 잡아 상세하게 듣고 싶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 부부는 이 전 대통령 내외가 관저에 도착하자 직접 영접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님, 잘 계셨어요”라고 인사했고 이 전 대통령은 “아이고 반가워요. 고생이 얼마나 많아요”라고 호응했다. 만찬 메뉴로는 한우 갈비구이, 솥밥, 소고기 된장찌개, 굴비 구이 등이 올랐다.
윤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의 지난해 8월 윤 대통령의 부친인 고(故)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빈소에서 만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2023년 신년 특별 사면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을 사면·복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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