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예상치 못했던 깜짝 인사를 단행했다. 신임 국가안보실장에 신원식 국방부 장관을 내정했다.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는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을 지명했다.
특히 외교안보 사령탑인 안보실장의 경우 군 출신이 기용된 것은 2017년 박근혜 정부 당시 김관진 전 실장이 물러난 이후 7년 만이다. 대통령실은 인선 배경에 대해 “북러가 노골적으로 밀착하며 한반도의 군사적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강대강 기조로 맞서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중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주목해야 할 게 두 사람의 공통점이 군 출신 예비역 장성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육군사관학교를 나와 육군 중장으로 예편했다. 신 내정자는 육사 37기, 김 후보자는 육사 38기로 1년 선후배 사이다. 둘 모두 육군 수도방위사령관과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을 지냈다. 대장 진급을 못 하고 3성 장군으로 예편한 것도 똑같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장관으로 취임하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국방부 장관 3명 모두 육군 중장 출신이 맡는 진기록을 쓰게 된다. 게다가 3명 모두 육사 출신이다.
국방장관 3명 모두 육사 출신 중장
신 내정자는 육사 37기로 육사 생도대장과 3사단장, 국방부 정책기획관, 수방사령관, 합참 작전본부장, 합참차장 등을 지내고 중장으로 예편했다. 당시 군 안팎에선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회장과 육사 동기생라는 점이 역차별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후 2020년 21대 총선 때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비례대표로 당선돼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다 2023년 10월에 국방부 장관으로 취임해 50만 대군을 이끄는 수장으로 돌아왔다.
신 내정자와 근무지를 맞바꾼 김 후보자도 중장 출신이다. 육사 38기로 육군본부 비서실장과 17사단장, 합동참모본부 작전부장, 수도방위사령관을 역임하고 합참 작전본부장을 끝으로 군복을 벗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4성 장군 진급에 실패했다는 게 중론이다.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인 김 후보자는 지난 대선 캠프에서 안보정책 자문역으로 영입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청와대 이전 테스크포스(TF) 부팀장을 맡아 청와대의 용산 대통령실 이전을 주도했다. 이후 최측근이자 윤 대통령의 복심인 경호처장을 맡아오다 이번에 국방부를 총괄하는 1인자로 복귀했다.
아울러 1년 선후배 사이인 신 내정자와 김 후보자는 수방사령관과 합참 작전본부장의 전·후임자 관계였는데, 이번엔 국방부 장관 자리도 전·후임자 관계로 묶이게 됐다.
안보실장 역시 7년 만에 군 출신 지명
윤석열 정부 초대 국방부 장관인 이종섭 전 장관도 중장으로 군생활을 마쳤다. 육사 40기인 이 전 장관은 기수로 신 내정자 보다 육사 3년 후배, 김 후보자 보단 육사 2년 후배다.
이 전 장관은 국방부 정책기획차장과 2사단장, 합참 신연합방위추진단장, 7기동군단장, 합참차장 등을 지냈다. 지난해 10월 국방부 장관에서 물러난 후 올해 3월 주호주 대사로 임명됐지만,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 논란으로 비판 여론이 커지면서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이처럼 이 전 장관과 신 내정자에 이어 김 후보자가 후임 국방부 장관으로 지명되면서 세 번 연달아 육사 출신 예비역 중장이 국방부 수장으로 임명되는 대단히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1987년 헌법 개정으로 대통령 직선제와 5년 단임제가 도입한 후 국방부 장관은 모두 25명(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 포함)으로, 대부분이 대장 출신이 맡아왔다. 대장이 아닌 경우는 김영삼 정부의 권영해 전 장관(육사 소장)과 이병태 전 장관(육군 중장), 김대중 정부의 전 천용택 장관(육군 중장), 노무현 정부의 전 윤광웅 장관(해군 중장) 등 4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유독 윤석열 정부는 국방부 장관 자리에 중장 출신만 임명하고 있다. 18년 만에 대장 출신이 아닌 이종섭 전 장관, 신원식 장관, 김용현 장관 후보자 모두 육사 출신 예비역 중장이다. 여기에 외교안보 사령탑인 안보실장 역시 7년 만에 군 출신으로 그것도 육사 출신 3성 장군이 내정됐다.
안보 당국 한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남은 임기는 안보를 우선하며 외교가 뒤를 받치는 모양새로 바뀌는 분위기”라며 “군 통수권자인 윤 대통령 의중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통치 스타일과 맞는 국정 철학을 가진 육사 출신 예비역 장성이 중용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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