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예천군 유천면 광전리의 마을에서 당산나무가 고사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당산나무는 마을 지킴이로 신이 깃들어 있다고 여겨 모셔지는 신격화된 나무를 말한다.
13일 예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일 출향인 B 씨가 '마을에서 당산나무 역할을 하는 느티나무에 농약을 주입해 고사시킨 주민 60대 남성 A 씨를 처벌해 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제출했다.
400년 된 것으로 추정되는 느티나무 3그루에는 37개의 구멍이 뚫려 있고, 양쪽 작은 나무 2그루는 이미 말라죽은 상태이며, 가운데 큰 나무도 죽어가는 상태로 확인됐다.
경찰은 "집 마당에 고목의 낙엽과 죽은 나뭇가지가 자꾸 떨어져 관리가 힘들어 구멍에 제초제를 넣었다"는 A 씨의 진술 등을 토대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농약 성분 감정을 의뢰하는 등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A 씨는 "수십년간 나무를 관리했는데 최근 나뭇가지와 낙엽이 마당에 너무 많이 떨어져 집 쪽에 드리운 나무쪽에만 구멍을 뚫어 농약을 주입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마을 이장 등과 협의해 3000만 원을 주고 합의했는데, 갑자기 수십년째 보지도 못한 출향인들이 나타나 고발한 것"이라며 "집이 당산나무와 가장 가까워 수십년째 길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치우고 벌초를 했지만, 누구 하나 도와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나무에서 농약 성분이 밝혀지면 A 씨를 불러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