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 특별법)’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정부는 13일 한덕수 총리가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야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킨 두 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윤 대통령이 이를 재가하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거대 야당이 입법을 강행하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사례가 21번째 되풀이된다. 이제는 포퓰리즘 입법 폭주와 거부권 행사의 쳇바퀴 정쟁을 끝내야 한다. 25만 원 지원법은 소비 촉진 효과는 적고 재정 악화와 물가 상승을 초래해 국민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노란봉투법도 파업 노동자 개인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막아 불법 파업을 조장하고 산업 생태계를 붕괴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런데도 여당이 반대하는 법안을 거대 야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국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잠재성장률이 2000년대 들어 5년마다 1%포인트가량 하락해 1%대로 추락하는 ‘저성장의 위기’가 눈앞에 다가왔다. 기업 활동을 옥죄는 낡은 노동시장 시스템과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연금 적자 구조를 방치하면 이를 피해갈 수 없다. 미국 헤리티지재단의 ‘2024 경제자유지수’ 보고서에서 한국의 노동시장 자유도는 184개국 중 87위에 불과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산업 현장의 법치 확립에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지만 노동시장 유연화, 직무 중심 임금체계 개편 등 핵심적인 노동 개혁에는 손도 못 대고 있다. 또 폭력적인 파업 문화도 타파하고 노사 협력의 수준도 높여가야 한다.
국민연금 개혁이 계속 지체될 경우 연평균 52조 원, 하루 평균 약 1425억 원의 재정 부족이 쌓인다고 한다. ‘더 내는’ 연금 개혁을 하루빨리 이뤄내지 못하면 연금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미래 세대의 허리를 휘게 할 것이다. 최근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 중동 확전 가능성 등으로 경제 불확실성까지 가중되고 있다. 우리가 저성장의 늪에 빠지지 않으려면 여야 정치권이 무한 정쟁을 멈추고 노동·연금 개혁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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