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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 앞두고도 타협하지 않은 김대중 "하나님, 역사, 국민 세 가지만 봤다"

김대중 육성회고록 출간 기자간담회

2007년부터 41회 걸쳐 회고 인터뷰

한 권의 책으로 첫 탄생

관용정신, 우리 정치권에 가르침

/사진 제공=한길사




“우리 사회와 정치권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평가하는 경우가 많아요. 김 전 대통령의 교과서 같은 책을 내고 싶었습니다.” (김언호 한길사 대표)

“그 많은 고초를 겪으며 흔들린 적이 없으신가 물었습니다. 혼자라면 흔들릴 수 있었겠지만 세 가지만 생각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 역사 속 평가, 나를 바라보고 따라오는 지금 국민들…….” (박명림 연세대학교 교수)

김대중 대통령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육성을 담은 780쪽 분량의 회고록이 나왔다. 2006년 7월부터 다음 해 10월까지 1년 3개월 간 41번에 걸쳐서 진행된 구술 인터뷰를 망라한 내용으로 일부 내용이 공개된 적은 있지만 한 권의 완성된 책으로 출간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3일 서울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에서 진행된 ‘김대중 육성 회고록’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양재진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은 큰 정치가의 소명의식과 더불어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두루 갖춘 지도자였다”며 오늘 날의 갈등과 대립하는 정치권이 잊고 사는 어떤 사명을 일깨운다고 밝혔다.



/사진 제공=한길사


육성 회고록 기획진으로 참여한 이들이 가장 우선순위로 꼽는 것은 김 전 대통령의 ‘관용 정신’이다. 김 전 대통령은 민주당 입당 후 출마한 1958년 총선에서 불법적으로 후보 등록을 취소당했고 1961년 국회의원으로 당선됐지만 3일 후 5·16 쿠데타가 발생해 선서도 하기 전에 의원직을 박탈당했다. 이후 의정활동 중에도 수많은 고초를 겪는가 하면 1980년 신군부가 들어선 뒤에는 내란 음모 조작사건으로 사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김언호 대표는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도 분한 감정을 드러내기보다는 용서를 택했다”며 “대통령으로 재임하던 때 박정희 기념관 건립을 승인한 것도 나쁜 정치도 역사라는 생각에서 관용정신을 발휘한 사례”라고 전했다.

회고록에는 흥미로운 이야기도 포함됐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평양 순안공항에 김 전 대통령이 도착했을 때 마중을 나온 김정일 전 위원장이 급작스럽게 김 전 대통령의 차에 동승한 것. 김 전 대통령은 “많은 이들이 그때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궁금해했다”며 “정작 차안에서는 평양시민들의 환호소리가 너무 커 소리를 지르지 않으면 안 될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기억나는 한 마디는 저 많은 사람들이 모두 자발적으로 나왔다는 게 전부였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은 고난의 길을 가면서도 보편적인 정의와 개인의 관용을 잃지 않은 정치인이었다”며 “과연 우리 시대의 정치인들은 고난으로 인해 이렇게 고소, 고발, 압수수색, 탄핵의 정치를 하는 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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