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혼합진료 규제는 의료계가 경영악화가 우려되고 시장경제에 반한다는 이유로 강하게 반대해 온 사안이라 앞으로 정책이 구체화할수록 진통이 불가피해 보인다. 의료계는 건보에서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수가(의료서비스 대가) 인상이 먼저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 방침을 ‘비급여 통제정책’이라고 규정하며 저지에 나설 것을 예고하기도 했다.
정부 “과도한 비급여 대한 선별 집중관리 모색”
보건복지부는 13일 의료개혁 추진 상황 브리핑을 열어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건보 비급여 진료와 실손보험 개혁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정경실 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은 “의학적 필요도를 넘어서 과도하게 이뤄지는 비급여 항목에 대해서 선별 집중 관리 체계 구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비급여 공개제도를 개선해 항목별 단가 외에 총진료비, 안전성·유효성 평가 결과, 대체 가능한 급여 진료 등을 공개해 환자·소비자가 비급여 진료를 합리적으로 선택하도록 돕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비급여 과잉 진료를 막는 한편,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이 치솟는 상황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정 단장은 의료개혁특위 소위에서 도수치료, 비급여 렌즈 사용 백내장 수술, 비밸브 재건술 등 과잉 우려가 명백한 비급여에 대해서는 혼합진료를 제한하는 의견도 나왔다고 전했다. 비급여에 대한 표준가격을 정하자는 의견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비급여 본인부담액은 매년 증가세로 2013년 17조7129억원에서 2022년 32조3213억원까지 급증한 상태다. 정부는 특히 비급여와 급여 항목의 혼합진료가 의료비 급증의 원인으로 보고 급여 항목에 비중증 과잉 비급여 항목을 병행해 진료할 경우 건강보험료 청구를 막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수가의 보상 수준을 높이는 방안도 병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우선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서 주로 이뤄지는 중증 수술 중에서 보상 수준이 낮은 1000여개의 항목을 선별해 ‘핀셋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 단장은 “중증·필수의료 분야에 비해 위험도, 난이도, 업무강도가 현저히 낮은 특정 비급여 진료를 통해 과도한 수익을 올려 보상체계를 왜곡하는 현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경영 악화 우려… 수가 인상부터 하라”
하지만 의사들은 혼합진료 금지가 환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할 뿐만 아니라, 환자가 최선의 진료를 받을 기회 역시 박탈해 전반적인 의료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의협은 이날 “정부의 비급여 통제 정책 시행을 적극 저지하겠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의협은 “비급여 항목은 시장경제의 논리에 의해 가격이나 수요 및 공급이 결정되는 측면도 있다”며 “단순히 비급여를 통제하는 방향으로 해결하는 것은 환자에게 적정한 의료서비스 제공을 어렵게 해 의료서비스의 질을 하락시키고 환자의 의료선택권을 제한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비급여 항목은 신의료기술 등의 발전을 도모하고 의료의 질을 견인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으니 무조건 통제하는 정책방향을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비급여 분류는 의협, 대한의학회 등 전문가 그룹과의 논의가 선행돼야 하고 비급여 항목 및 보고 범위의 적정성 유지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의료계는 의사들이 비급여 혼합진료에 매달리는 경향을 개선하려면 수가부터 인상하는 게 먼저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2022년 진료과목 간 급여 진료 비용과 수익 자료에 따르면 필수의료 과목의 원가보전율이 매우 낮다. 내과 72%, 외과 84%, 산부인과 61%, 소아청소년과 79% 등이었다. 반면 방사선종양학과와 마취통증의학과의 원가보전율은 각각 252%, 112%에 달했다.
의협은 “혼합진료를 금지할 경우 의료기관 경영 악화로 현재의 급여 진료 인프라가 붕괴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급여 진료 인프라를 유지할 수 있던 건 비급여를 통해 수익을 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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