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를 앓는 어머니가 월세 받는 원룸 건물을 헐값에 내놨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4남매 중 장녀라는 A씨는 12일 방송된 YTN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를 통해 알츠하이머 치매를 앓는 어머니의 돌발 행동으로 인한 고민을 토로했다.
A씨에 따르면 어머니는 몇 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로 갖고 계시던 원룸 건물을 관리하고 월세를 받아 생활하고 있다.
그런데 어머니는 지난해부터 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날짜나 요일을 착각하거나 상황에 안 맞는 말을 자주 내뱉었다. 이에 어머니를 모시고 보건소에서 검사한 결과 어머니는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받았다.
알츠하이머는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으로 서서히 발병하여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기능의 악화가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병이다. 아직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는 상태다.
A씨 남매는 시간이 될 때마다 교대로 어머니 곁을 지켰지만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 급기야 며칠 전에는 온 가족이 놀라는 일이 있었다. 부동산 중개업자로부터 어머니의 건물을 사고 싶어 하는 사람이 나타났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어머니는 황당해하시며 “원룸 월세로 생활하고 있는데 이걸 왜 파냐”며 화를 냈다. 그러자 중개사는 “이틀 전에 어머니가 찾아와서 헐값에 원룸 건물을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A씨가 어머니의 병환을 설명하고 사과하면서 해프닝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어머니가 혼자 있는 시간에 언제든지 이런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
사연을 들은 우진서 변호사는 “가정법원에 성년후견개시심판을 청구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성년후견제도는 정신적으로 제약이 있는 성인에게 법원이 후견인을 지정하여 보호하는 제도다. 재산 보호뿐만 아니라 의료행위, 거주지 결정 등 신상에 관한 부분도 보호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치매 정도가 심각해 어머니께서 개인의 의사를 표시할 수 없고 인지 및 지적 능력이 거의 없다고 보여지는 경우라면 성년후견 개시를 신청하는 것이 적합할 것 같고 만약 아직 치매의 초기 단계로 개인 의사를 표시할 수 있고 인지 및 지적 능력이 있으신 경우라면 잔존능력을 고려하셔서 한정후견이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정후견이 아닌 성년후견이 개시된다면 어머니에게는 행위 능력이 없다. 후견인이 포괄적인 법정대리권과 취소권을 가진다”며 ”하지만 어머니도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고, 후견인은 이를 취소할 수 없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