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새로운 도약을 알리며 독일 모터스포츠 무대에 등장한 ‘DTM(Deutsche Tourenwagen Masters)’는 2010년 대에 이르며 말 그대로 유럽을 대표하는 고성능 GT 레이스 중 하나가 되었다.
2005년이 끝난 후 리그의 주요 참가 브랜드로 오랜 시간 활동했던 오펠(Opel)이 GM의 유럽 내 구조조정으로 인해 이탈하는 ‘아쉬움’이 드러났지만 한 시즌 전에 합류한 ‘아우디(Audi)’가 그 빈 자리를 채우며 관람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엔 충분했다.
2006년부터 BMW가 합류해 독일 3사의 ‘경쟁’이 펼쳐지기 전까지는 아우디와 AMG-메르세데스(이후 메르세데스-AMG)가 DTM를 키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시즌의 전체적인 판도는 늘 아우디의 우위가 이목을 집중시켰다.
당대 아우디의 행보를 이끈 건 수 많은 레이스 카테고리에서 활약해온 베테랑 드라이버 마티아스 엑스트롬(Mattias Ekstrom)이었다. 그는 2004년과 2007년, 두 번의 챔피언에 오르고 2008년에도 3위에 올랐다.
여기에 현재는 FIA 월드 랠리크로스(WRX) 선수로 활약 중인 티모 슈이더(Timo Scheider)가 2008년과 2009년 우승을 차지하며 AMG-메르세데스에 우위를 점하는 모습이었다. 당시 메르세데스는 시즌 2위, 혹은 팀 챔피언십 등에 만족해야 했다.
2010년에는 HWA 팀 소속의 폴 디 레스타(Paul di Resta)가 시즌 후반, 세 번의 우승을 쓸어 담으며 시즌 챔피언에 올라라 AMG-메르세데스의 도약을 이뤄내는 듯 했지만 2011년, 마틴 톰치크(Martin Tomczyk)가 DTM은 아우디의 무대임을 과시했다.
짧았던 세 브랜드의 시간
2012년, BMW는 DTM 무대에 20년 만에 복귀하며 ‘세 브랜드’가 경쟁을 펼치는 장면을 만들었다. 여기에 M3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레이스카, 그리고 경쟁력 있는 선수들을 앞세워 복귀 시즌 첫 해의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래도 2012년의 DTM는 메르세데스-AMG 역시 C-클래스 쿠페 모델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레이스카를 선보였고, 아우디 역시 A5(이후 RS5) 등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레이스카를 선보이며 그 어떤 시즌보다 특별하고 풍성한 시즌으로 기억됐다.
이후 DTM에 참여한 세 브랜드는 우승을 주고 받으며 2018년까지 독일은 물론 유럽에서도 돋보이는 고성능 GT 레이스 대회의 대표의 모습을 이어갔다.
메르세데스의 이탈 그리고 특별한 인사
2018년, 메르세데스-AMG는 지난 2012시즌부터 DTM 무대를 누비며 BMW, 아우디의 DTM 레이스카와 경쟁을 했던 C-쿠페 DTM의 역사에 방점을 찍을 것을 언급했다. 이는 브랜드의 전동화 계획에 따라 ‘모터스포츠 활동’ 역시 전동화 무대인 ‘포뮬러 E’로 옮기기 위함이었다.
많은 모터스포츠 팬들은 메르세데스-AMG의 이탈 그 자체에 아쉬움을 자아내는 건 물론이고 나아가 오랜 시간 함께 해왔던 경쟁자들에게도 아쉬움울 자아내는 상황이었다. 이에 아우디는 특별한 인사로 메르세데스-AMG와의 이별을 준비했다.
아우디는 2018 시즌 막판, 특별한 디테일을 통해 메르세데스-AMG를 향한 이별 인사를 건넸다. 바로 브랜드의 공식 채널을 통해 함께 경쟁해왔던 경쟁자에 대한 인사를 건네는 건 물론이고 레이스카에도 이러한 안사를 더했다.
실제 당시 아우디의 DTM 레이스카의 리어 윙 스포일러에는 “SEE YOU!”라는 문구를 새기고 ‘O’의 위치에 메르세데스-벤츠의 엠블럼을 적용해 언젠가 다시 트랙 위에서 메르세데스와 경쟁할 것을 기대하는 마음을 담았다.
이러한 모습은 당시 DTM의 많은 팬들의 박수를 받았고, 나아가 전세계 모터스포츠팬들에게도 두고두고 회자되는 ‘특별한 인사’로 자리 잡았다.
다만 이러한 훈훈한 인사와 별개로 2018 시즌의 경쟁은 ‘마지막’을 준비한 메르세데스-AMG의 압도적인 시즌이었다. 실제 시즌 초반 메르세데스-AMG 진영이 연이은 우승을 차지하며 아우디, BMW와의 격차를 별렸다.
드라이버 챔피언십 부분에서 게리 파펫(Gary Paffett)이 개인 통산 두 번째 DTM 챔피언에 거머쥐었으며 팀 챔피언십 역시 1위와 2위, 그리고 4위에 메르세데스-AMG 진영이 이름을 올리며 ‘완벽하 마무리’를 이뤄냈다.
DTM의 위기, 그리고 재회
아우디가 메르세데스-AMG를 떠나 보내며 조심이 전했던 “SEE YOU!”는 아이러니하게도 DTM의 붕괴로 인해 금새 이뤄졌다.
DTM은 언제나 많은 고민이 있었다. 먼저 일반적인 GT 레이스와 다른 규격으로 인해 ‘확장성’에 대한 의구심이 언제나 이어졌다. 실제 DTM는 완전히 독자적인 기술 규정을 기반으로 한 고성능 GT 레이스카였고, 해외의 여러 FIA GT 레이스와 달랐다.
대신 독자성을 바탕으로 한 강력한 성능, 그리고 터프한 레이스는 모터스포츠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는 시간이 지나며 ‘약점’이 되었다. 실제 DTM 레이스카의 개발, 운영 부담이 쌓이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은 어느새 FIA GT3의 입지가 빠르게 상승했다. 특히 SRO 모터스포츠 그룹이 GT3를 중심으로 구축한 ‘월드 챌린지’는 말 그대로 유럽의 GT 레이스의 기준이 됐고, 나아가 ‘레이스카의 양적 증가’를 이뤄냈다.
결국 DTM는 다른 브랜드의 유치, 그리고 슈퍼 GT와의 통합 규정 도입 등 다양한 노력을 통해 고유의 규격을 지키는 것보다는 차라리 대회를 FIA GT3 기반의 대회로 ‘전환’하는 것이 확장성 및 지속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2021년, DTM는 독자 규정이 아닌 FIA GT3 기반의 스프린트 레이스 대회로 전환을 선언했고 이에 따라 각 팀들은 기존의 DTM 레이스카가 아닌 R8 LMS 에보 시리즈의 GT3 레이스카, M6 GT3 등의 GT3 레이스카를 투입했다.
여기에 다른 팀들 역시 페라리, 람보르기니, 맥라렌, 포르쉐 등 여러 브랜드의 GT3 레이스카를 투입하며 ‘대회의 다양성’을 더했다. 그리고 일부 팀 역시 메르세데스-AMG의 AMG GT3를 투입하며 ‘아우디와의 재회’를 이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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