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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오직 트럼프만 좋아하는 구호

콜버트 I. 킹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미국인 분열로 이득 챙기는 트럼프

'가자 비극'도 反민주당 여론 활용

자유·정의 추구하는 쪽 투표해야





당의 이념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할 만큼 했다. 진보·중도·극좌 등의 꼬리표 논란은 이제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대선 후보의 이념적 성향에 집중하다 보면 되도록 많은 유권자를 투표소로 끌어내는 중차대한 작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올해의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만인을 위한 자유와 기회 및 정의’를 추구하는 쪽에 투표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 같은 목적을 달성하려면 두 차례나 탄핵 소추된 중범 도널드 트럼프와 그의 러닝메이트인 정치판의 철새 J D 밴스를 백악관에서 가급적 멀찍이 떨어뜨려 놓아야 한다.

누가 통치하고 누가 낙선할지는 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그래서 선거가 중요하다. 우리는 이처럼 간단한 사실을 조금 더 일찍 배웠어야 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의 세상을 돌아보라. 연방대법원은 기본권을 보호하는 오래된 법적 절차를 뒤집었다. 지금의 사법부는 “보수화된 집단”이라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주장은 옳다. 백악관이 작성한 팩트시트가 적시하듯 법원은 민권 보호 조항을 폐기했고 여성의 선택권을 앗아갔으며 대통령이 임기 중 저지르는 범죄행위에 광범위한 면책특권을 부여했다. 모두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트럼프의 의지만으로 일어난 일이 아니다. 그에겐 조력자가 있었다.

트럼프가 백악관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격전 주에서 민주당 핵심 지지층의 투표율이 크게 떨어진 탓에 전국 득표율에서 앞선 힐러리 클린턴이 선거인단 확보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미시간·위스콘신·펜실베이니아·조지아·노스캐롤라이나에서 투표하지 않은 미국인들이 트럼프의 위험한 공약 실행을 도운 셈이다.



힐러리에게 패배를 안긴 요인은 지지층의 낮은 투표율이 전부가 아니었다. 흑인 유권자를 겨냥한 트럼프 캠프의 대대적인 흑색선전과 러시아의 선거 개입으로 힐러리는 커다란 상처를 입었다. 게다가 민주당 내부의 좌파 세력도 그녀의 지지 기반을 허무는 데 손을 보탰다.

여기서 현재 시점으로 돌아가자. 최근 미시간 집회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자들이 “카멀라 해리스, 당신에겐 숨을 곳이 없다. 우린 인종 학살에 찬성표를 던지지 않는다”는 슬로건을 반복해 외치자 그녀는 “트럼프의 승리를 원한다면 그렇다고 말하라”고 응수했다.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은 민주당 팀이 친팔레스타인·반이스라엘 진영으로 기울었다고 몰아세운다.

트럼프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가자 지역에 발이 묶인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처한 비인도적 상황과 관련해 이스라엘과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들 사이에 분열을 일으키려 든다. 그것이 트럼프와 밴스가 공유하는 목표다. 트럼프는 이스라엘·하마스 문제를 이용해 민주당 강세 지역인 미시간과 미네소타에 반민주당 정서를 조장함으로써 정치적 이득을 챙길 수 있다고 본다. 바이든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강력한 압박을 가하길 꺼린 사실을 앞세워 해리스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인들 사이의 분열을 활용해 권력을 추구하는 트럼프와 그 일당이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다. 여기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

공동의 선으로 연결되는 다양한 가치는 우리 모두를 ‘자유와 기회와 정의로 충만한 미국’이라는 이상에 성큼 다가서게 만든다. 올해 선거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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