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의 움직임이 이렇게 부드러울 수도 있군요. 수없이 많은 결석을 제거해 본 저도 애를 먹을 만한 부위까지 손쉽게 접근하는 걸 눈으로 직접 확인하니 더욱 놀랍습니다. ” (츠에바트 테픽 이스탄불의대 비뇨의학과 교수)
지난 13일 서울대병원 수술실. 조성용 비뇨의학과 교수가 ‘자메닉스’를 활용해 로봇내시경쇄석술을 진행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해외 의료진들은 연신 감탄사를 쏟아냈다. 자메닉스는 국내 수술로봇 전문기업인 로엔서지컬이 개발한 세계 최초 완전 로봇식 신장결석 수술로봇이다. 2022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제조허가를 받았다. 이날 라이브수술은 세계 비뇨내시경기술 학술대회(WCET 2024) 참석차 방한한 비뇨의학과 전문의들의 성화에 못 이겨 급조된 일종의 번외 행사였다. 작년 3월 유럽비뇨의학회에서 조 교수가 발표한 자메닉스 임상 결과에 매료된 몇몇 의료진들이 수술을 참관한다는 소식이 알음알음 알려진 게 발단이다. 터키, 싱가폴, 프랑스, 일본, 영국 등 각지에서 온 전문의들로 공간이 협소한 나머지 2회차로 나눠 수술 참관이 진행됐다.
신장결석은 전 세계 인구의 10%가 경험할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신장·요관·방광·요도 등 요로계 어디서든 발생하는데 한 번 결석이 생기면 평균 1년 후 약 7%에서 재발한다. 조 교수는 “깨진 돌이 남아 있으면 같은 위치에 재발할 위험이 높다”며 “환자에 맞는 치료법으로 결석 제거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직경 1㎝ 이하의 작은 결석은 보통 체외충격파 쇄석술로 제거한다. 옆구리 후면에 충격파를 전달해 결석을 파쇄시키고 소변으로 배출되도록 하는 비교적 간단한 시술이다. 반면 신장 내부에 크고 단단한 결석이 생긴 경우 시술만으로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다. 이럴 때 차선책으로 고려하는 방법이 내시경 결석치료술이다. 요도에 연성내시경을 삽입한 다음 레이저로 결석을 쪼개고 바스켓 도구로 직접 추출한다.
2019년 서울대병원에 결석클리닉을 열고 연성내시경 치료 분야를 선도해 온 조 교수는 기존 시술의 한계를 누구보다 잘 간파하고 있었다. 비침습 방식으로 환자의 통증이 적고 완치율이 높은 편이지만 의사의 숙련도에 따라 성공률이 크게 갈린다는 것. 환자가 숨을 쉴 때마다 결석이 움직이다 보니 결석에 레이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빗나가면 조직에 손상을 입힐 수도 있다. 쪼개진 결석의 크기가 크면 추출 과정에서 요관 등을 긁을 확률도 높아 2명 이상의 의사가 동원될 정도로 위험 부담이 컸다.
조 교수가 로엔서지컬과 함께 기존 내시경 결석치료술의 단점을 보완한 플랫폼기술을 구현하는데 매달린 건 그간 현장에서 느꼈던 아쉬움 때문이다. 자메닉스는 유연내시경 로봇과 이를 작동시키는 컴퓨팅 장비가 한 쌍으로 구성된다. 2.8mm의 유연내시경이 요도와 요관을 통과해 결석을 반복적으로 제거하는 방식이라 의사 1명만으로도 수술 진행이 가능하다. 다양한 인공지능(AI) 기능을 탑재한 결과 칼로 째지 않고도 임상에서 93.5%의 결석 제거율을 보였다. 특히 수술 중 환자의 호흡이 결석의 움직임에 미치는 영향을 보상하고 내시경이 자율주행 자동차처럼 요관과 신장 내부의 결석 위치까지의 다녀간 경로를 자동으로 주행하는 기능은 세계 시장에 내놔도 독보적이다.
자메닉스는 작년 8월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의 혁신의료기술로 선정됐다. 올 하반기부터 신의료기술 등재를 위해 5개 기관에서 232명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내년 초 임상연구가 끝나면 진료 목적으로 전환 후 원내 사용이 가능하다. 조 교수는 “우수한 기술력의 국산 의료기기를 상용화하는 과정에 일조할 수 있어 보람이 크다”며 “제품을 고도화해 더 많은 환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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