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은 물론 전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세단’의 입지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그리고 그 자리를 SUV 및 크로스오버 모델들이 채워가며 ‘새로운 시장의 구도’를 구축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 속에서도 여전히 낮은 무게 중심, 더욱 쾌적한 주행 경험을 선사하는 세단에 대한 요구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실제 최근에도 여러 세단들이 다양한 세그먼트에 꾸준히 등장하며 시장의 경쟁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프리미엄 디젤 세단, E-클래스는 어떤 매력과 가치를 제시할까?
세대 교체를 통해 11세대에 이른 E-클래스는 조금 더 커진 체격, 그리고 새로운 디자인 등을 앞세워 ‘프리미엄 세단’의 기조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시승을 위해 준비된 차량은 E 220d 4MATIC 익스클루시브(이하 E 220d)로 4,955mm에 이르는 전장과 각각 1,880mm, 1,475mm의 전폭과 전고가 유려하고 여유로운 세단을 구성한다. 또한 넉넉한 실내 공간을 예고하는 2,960mm의 휠베이스가 더해진다. 참고로 공차중량은 1,975kg에 이른다.
‘메르세데스’를 강조하는 새로운 E-클래스
최신의 E-클래스는 말 그대로 지금까지의 메르세데스-벤츠의 차량과 같이 여유롭고 매끄러운 프론트 그릴과 반짝이는 헤드라이트의 조화를 앞세웠다. 그 위에 매끄러운 보닛 라인과 삼각별 엠블럼 등이 ‘고전적이면서도 특별한 매력’을 자아낸다.
이어지는 측면은 프리미엄 세단이 갖춰야 할 주요 디테일을 한껏 과시한다. 먼저 보닛부터 트렁크 리드까지 길고 매끄럽게 그려진 차체의 실루엣은 ‘4-도어 쿠페’ 등의 기교가 아닌 ‘세단의 여유’를 확실히 드러내 ‘세단의 가치’를 한껏 과시한다.
여기에 고전적인 매력과 화려함 감성에 힘을 더하는 네 바퀴의 휠과 윈도우 라인, 유려한 차체 아래쪽에 자리한 크롬 가니시, 그리고 깔끔히 다듬어진 플러시드 도어 캐치 등이 ‘프리미엄 세단’의 가치를 한껏 높여 ‘시각적인 매력’을 더한다.
후면 역시 마치 S 클래스를 보는 듯한 안정적이고 여유로운 이미지를 느끼게 한다. 더불어 크롬 가니시의 독특한 연출, 유려한 볼륨의 바디킷 등이 균형감을 더한다. 다만 리어 램프에 피어난 삼각별에 대한 집착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기술적 가치를 과시하는 공간
새로운 E-클래스의 변화는 실내에서 더욱 다채롭게 전개되어 운전자 및 탑승자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실제 메르세데스 최신의 차량이라 할 수 있는 ‘EQ’ 라인업에서 볼 수 있던 거대한 패널, 그리고 복수의 디스플레이 패널을 활용한 ‘슈퍼 스크린’이 E 300 실내의 중심을 잡는다. 여기에 화려한 감성을 자아내는 각종 연출이 더해져 특별함을 더한다.
다만 손에 닫는 부분에 자리한 일부 소재들이 ‘E-클래스’라고 하기엔 다소 아쉬운 모습이었다.
큼직한 디지털 클러스터와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 패널, 그리고 조수석 탑승자를 위한 별도의 디스플레이 패널 등이 다양한 정보 및 기능의 매력을 제시한다. 인터페이스가 조금 낯설고, 어색해 적응의 시간이 요구되지만 ‘기능’은 충분하다.
다만 메르세데스-벤츠의 특권이라 할 수 있는 부메스터 사운드 시스템이 빠져있는 점은 합리성을 강조한 ‘디젤 세단’의 타협점으로 느껴진다.
차량의 체격이 충분한 만큼 실내 공간의 거주성 역시 충분하다. 먼저 1열 공간은 넉넉한 레그룸과 헤드룸을 느낄 수 있고 시트의 크기, 연출 등에서도 만족스러운 모습이다. 전체적인 시야도 넓을 뿐 아니라 다채로운 기능 역시 공간 가치를 높인다.
2열 공간의 여유 역시 마찬가지다. 긴 휠베이스 덕분에 거주성이 충분하고 시트 역시 탑승자에게 안정감을 더한다. 다만 프리미엄 세단, 그리고 9천만원에 육박하는 차량임에도 ‘2열 탑승자’를 위한 배려가 그리 다양한 모습이 아니었다.
그래도 적재 공간은 충분히 여유롭다. 실제 트렁크 게이트 안쪽으로 깔끔히 다듬어진 공간이 자리하고 공간의 여유 및 마감 역시 만족스럽다. 이와 함께 언제든 2열 시트를 접어 더욱 넉넉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어 차량의 활용성은 충분해 보였다.
더욱 높아진 프리미엄 디젤 세단의 가치
메르세데스-벤츠는 최근 48V 기반의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채용하며 주행 전반의 품질, 그리고 주행 효율성의 개선을 이어가고 있다.
E 220d의 보닛 아래에도 이러한 기술의 도움을 받는 직렬 4기통 2.0L 디젤 엔진이 자리해 197마력, 44.9kg.m의 토크를 낸다. 특히 1,800RPM부터 2,800RPM까지 튼실한 토크 밴드를 구축, 주행의 완성도를 높인다. 여기에 9G-트로닉 변속기, 4MATIC(AWD)가 조합된다.
이러한 구성을 바탕으로 E 220d는 정지 상태에서 7.8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가속할 수 있으며 최고 속도 역시 234km/h에 이른다. 더불어 15.4km/L(복합)의 효율성은 차량의 매력을 과시한다.(도심 13.6km/L 고속 18.4km/L)
완성도 높은 프리미엄 세단의 존재
새로운 모습, 그리고 더욱 화려하게 피어난 실내 공간을 충분히 둘러본 후 본격적인 주행을 위해 E 300의 도어를 열고 시트에 몸을 맡겼다. 기술적인 연출, EQ 등의 최신 차량들과 흐름을 함게 하는 공간 연출 등이 만족감을 높인다.
일부 소재가 아쉬운 건 사실이지만 화려한 그래픽의 디지털 클러스터와 MBUX의 기능적 가치가 뛰어나며, 전체적인 주행 시야 역시 확실한 이점이라 느껴졌다. 여기에 ‘정숙성’ 역시 돋보이는 모습이다.
디젤 차량들은 언제나 ‘물리적인 단점’을 갖고 있다. 바로 소음과 진동이 그것이다. E 220d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의 메르세데스-벤츠 디젤 차량과 비교한다면 훨씬 매끄럽고 정숙한 편이지만 특유의 진동, 그리고 그로 인한 소음은 여전히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그래도 ‘주행 자체’는 무척 쾌적하다.
절대적인 출력은 다소 낮고, 또 반응성이 좋은 건 아니지만 낮은 RPM부터 발산되는 두터운 토크는 E 클래스의 차체를 이끌기에 부족함이 없는 모습이다. 기본적인 발진 가속 성능도 준수하고 추월 가속, 고속 주행 등 전반적인 영역에서 큰 부족함 없는 모습을 계속 이어간다.
여기에 합을 이루는 9단 변속기, 4MATIC는 말 그대로 ‘준수한 모습’으로 주행 가치를 더하는 모습이다. 기본적인 변속 질감과 속도, 노면 대응도 좋은 모습이라 주행의 ‘플러스 요인’으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참고로 스티어링 휠 뒤쪽에 자리한 시프트 패들을 통해 꽤나 적극적인 수동 변속도 가능한 편이지만 변속기와 별개로 차량의 전체적인 성향 자체가 ‘부드러운 일상’에 집중한 모습이라 ‘사용 빈도’가 크진 않았다.
메르세데스-벤츠는 과거부터 고급스럽고 안정적인 주행 질감을 앞세웠고 이러한 기조는 ‘최신의 E-클래스’에도 적용된 모습이다. 다만 그 표현의 차이는 생겼다.
기본적인 조향 감각이나 조향에 따른 차량의 움직임은 부드럽고 여유롭다. 차량의 체격, 무게가 느껴지지 않고 한 템포 여유로운 모습으로 손쉽게 다룰 수 있고, 연이은 조작에도 매끄럽게 반응하며 ‘일상의 가치’를 높이는 모습이다.
그리고 주행의 전체적인 질감 역시 ‘부드러운 승차감’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한 모습이다. 실제 E 220d 에 ‘승차감’에 집중한 컴포트 서스펜션을 적용으며 그 결과 역시 ‘차량의 컨셉’에 합리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구성은 주행 전반에 걸쳐 존재감을 드러낸다. 실제 일상적인 수준에서 마주한 대다수의 노면에는 꽤나 능숙하고 여유롭게 대응하며 우수한 승차감을 과시하며 ‘프리미엄 세단’을 강조한다.
덕분에 주행을 이어가며 전체적인 ‘승차감’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있었고, 더불어 노면에서 발생되거나 다른 차량으로 인한 소음 역시 손쉽게 억제하는 모습으로 ‘만족감’을 더하는 모습이다.
다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 순간적인 충격, 혹은 연이은 충격이 발생할 때에는 2차, 3차적인 움직임을 제어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계속 출렁이는 느낌’이 주행 전반에 걸쳐 느껴지며, 이러한 느낌은 2열에서 더욱 크게 느껴져 아쉽게 생각됐다.
좋은점: 더욱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감성을 자아내는 프리미엄 세단의 등장
아쉬운점: 과도한 삼각별의 연출, 내심 아쉬운 주행 질감
여전한 ‘프리미엄 세단’의 가치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의 첫 느낌은 내심 아쉬움으로 가득했다. 실제 아쉬운 부분도 있고, 나아가 ‘부족한 부분’도 느껴지는 건 사실이었다. 그러나 시승을 마칠 무렵에는 더 높은 만족감이 가득 채워졌다.
프리미엄 세단의 패키징, 전체적인 움직임과 주행의 편의성, 그리고 프리미엄 세단에서 쉽게 마주할 수 없는 압도적인 ‘효율성’의 매력은 차량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촬영협조: HDC 아이파크몰 용산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