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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품위 있는 퇴장'의 가치

김경미 국제부 차장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9월 하순으로 예정된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 “자민당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첫걸음은 내가 물러나는 것”이라는 게 사임 사유다. 그의 퇴장에서 지난달 25일 “나의 재선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의 민주주의”라며 불출마를 선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모습을 연상하는 사람은 기자만이 아닐 것이다. 두 사람은 퇴장에 이르는 과정이 더욱 닮은꼴이었다. 둘 다 오랫동안 인기가 없었고, 그래서 “내려올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완강하게 버텼다. 올해 6월 보는 사람이 민망할 정도로 완벽하게 실패했던 대선 후보 TV 토론 이후 대중은 물론 정치적 동지들마저 등을 돌렸던 바이든 대통령, 정치 스캔들 등 잇단 실책으로 ‘인기 없는 총리’ 꼬리표를 달고 지냈던 기시다 총리 모두 ‘용퇴’라기보다 사실상 끌려 내려왔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비록 박수 칠 때 떠나지는 못했지만 두 사람의 용기는 충분히 가치가 있다. 권력을 내려놓는 일은 누구에게나 어렵고 손에 쥔 권력이 막강할수록 더욱 그렇다. 실제로 얼마나 많은 권력자들이 퇴장을 거부하고 독재를 선택했던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지난달 대선에서 명백히 패배했지만 투표를 조작해서까지 권력을 움켜쥐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에서 패배하자 극렬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을 부추겼던 장면도 선명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무대 뒤로 물러서기로 한 날 “다음은 더 젊은 목소리의 차례”라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등을 밀어줬다. 그의 전폭적인 지지는 해리스가 빠른 시간 안에 지지율을 높일 수 있었던 동력 중 하나다. 기시다 총리의 결정도 일본 정치에 역동성을 불러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일본에서 수년 만에 가장 흥미로운 지도자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짚었다.

두 지도자의 품위 있는 퇴장은 각 분야 리더들에게 귀감이 될 만하다. 다음 세대에 기회를 주기 위해 뒤로 물러나는 일은 은퇴를 앞둔 리더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리더십 중 하나다. 역사적으로도 적절한 때 권력을 내려놓은 자들은 항상 더 큰 존경을 받아왔다. 우리도 이런 품위 있는 퇴장을 자주 만나볼 수 있기를, 그 용기에 박수를 보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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