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의 암환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70대 간암 환자도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50대와 동일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한아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와 이상헌 국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김도영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한국인 원발성 간암 레지스트리를 활용해 2008~2017년에 간세포암으로 새롭게 진단 받은 환자 1만 5186명을 분석한 결과 연령과 무관하게 치료의 유용성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16일 밝혔다.
연구팀은 65세를 기준으로 고령 환자(평균연령 72세)와 비고령 환자(평균연령 54세)의 두 그룹으로 나눠 암 병기와 치료 여부, 생존율(OS)을 비교했다. 그 결과 분석에 포함된 간암 환자 중 치료를 전혀 받지 않은 환자는 고령 그룹이 25.2%, 비고령 그룹이 16.7%였다. 고령일수록 암 치료를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는 의미다. 고령의 간암 환자 중 치료를 받은 환자의 평균 생존기간은 38.6개월로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22.3개월)보다 유의미하게 길었다.
세부 분석에 따르면 진단 당시 환자의 나이 뿐 아니라 간암의 병기, 치료 방법에 따라 생존율이 달라졌다. 중기 간암으로 수술을 받은 경우 고령 환자의 평균 생존기간은 66개월, 비고령 환자의 생존기간은 90.3개월로 조사됐다. 경동맥화학색전술을 받은 경우 고령 환자의 생존기간이 36.5개월, 비고령 환자가 37.2개월로 생존율 차이가 크지 않았다. 전이된 간암으로 경동맥화학색전술을 받은 경우도 고령 환자와 비고령 환자의 생존율은 각각 28.4개월과 33.5개월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전이암 환자 중 전신 항암요법을 받았을 때의 생존율은 고령 환자와 비고령 환자의 생존율이 각각 25.3개월, 26.3개월로 유사했다. 고령의 간암 환자도 적극적으로 맞춤형 치료를 시행하면 상대적으로 젊은 환자와 동일한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결론이다.
이 교수는 “진행성 간암으로 진단된 고령 환자의 40%는 치료를 포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며 “70대가 넘어 간암 진단을 받은 환자도 경동맥화학색전술 또는 표적항암치료, 면역요법 등을 통한 적극적인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대한간암학회 공식학술지(Journal of Liver Cancer)에 실렸다. 논문의 우수성을 인정 받아 대한간학회 주최로 열린 ‘The Liver Week 2024’ 국제학술대회에서 ‘JLC-논문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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