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진보의 상징 도시인 시카고가 19일(이하 현지 시간)부터 열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대선 출정식인 전당대회를 앞두고 초긴장 상태다. 가자전쟁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예고돼 있어 흥행 실패를 넘어 자칫 유혈 사태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미국 전역의 200개 이상 단체가 참가하는 ‘DNC 행진(March on the DNC)’은 전당대회 첫날인 19일과 마지막 날인 22일에 ‘팔레스타인을 위한 행진’이라는 이름의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시위대 규모는 수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시위대는 19~22일 나흘간 진행될 전당대회에서 총 6차례의 시위와 행진을 벌일 예정이다. 이를 두고 시카고시와 DNC 측은 수개월간 치열한 의견 대립을 벌여왔다. DNC 측은 시에서 승인한 행진 경로는 수만 명의 시위대를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짧다고 주장한다. DNC 연합 대변인인 하템 아부다예는 “시카고시의 결정에 실망했다”고 밝혔다. 행진 허가를 받지 못한 단체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시카고 정부와 경찰은 시위가 민주당 전당대회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시위대는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를 비판하고 있고 전당대회에 참석하는 인원이 총 5만 명에 달해 대규모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시위 당일에는 바이든, 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 등 전·현직 대통령을 비롯해 귀빈들의 참석이 예정돼 있다. 브랜든 존슨 시카고 시장은 “우리는 시위대가 수정헌법 제1조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안전을 보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달 13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피격 사건으로 경호 문제가 도마에 오르면서 긴장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시위가 ‘피의 전당대회’로 불리는 1968년 시카고 전당대회를 연상시킨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베트남전 반전 시위가 민주당 전당대회와 맞물리면서 시위대가 전당대회장으로 몰려왔고 경찰이 강경 진압에 나서면서 유혈 사태로 번졌다. 이로 인해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로 지명된 린든 존슨 대통령이 물러났고 휴버트 험프리 부통령을 대선 후보로 지명했지만 결국 공화당에 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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