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체제 출범 이후 여당과 정부가 18일 처음으로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고 민생 정책 논의에 나섰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재명 2기 체제’ 출범과 맞물려 정책 현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선제적으로 정국 주도권을 잡으려 애썼다. 당정은 제2의 티몬·위메프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플랫폼 업체와 관련한 입법 조치를 우선 강구하기로 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18일 서울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고 민생 현안을 논의했다. 한 대표 취임 이후 4주 만에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로 한덕수 국무총리,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 추경호 원내대표 등 여권 고위급이 총출동했다. 당정은 올 5월 이후 고위 당정협의회를 매주 1회로 정례화했으나 한 대표 체제 출범 이후 국회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등의 이유로 연기돼왔다.
한 대표는 “큰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지 않은 지금이야말로 진짜 민생 정책을 실천할 기회”라며 “야당의 탄핵·특검 공세에 단호히 맞서야 하지만 이제 국민들이 정부·여당을 평가하는 진짜 전장은 민생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부와 여당의 강점은 행정력과 정치가 결합됐을 때 나올 수 있는 시너지”라며 “민생에서 실력을 보여드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정 비서실장도 “정부와 당이 하나가 돼 그야말로 올코트프레싱(전면 압박)으로 민생 정책에 몰두해야 할 때”라고 동조했다.
당정은 이날 회의에서 의제 제한 없이 민생 문제 전반을 논의했다. 코로나19 치료제 확보, 전기차 배터리 안전 관리 대책, 순직 군경 특진자 유족 연금 보상 강화 등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현안이 폭넓게 테이블에 올랐다. 취임 일성으로 ‘건강하고 생산적인 당정 관계’를 강조해온 한 대표는 이날 대통령실과 정부에 정책 현안들을 놓고 민심을 가감 없이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티메프’ 미정산 사태를 계기로 요구가 커진 온라인 플랫폼 업체에 대한 법적 규율 문제를 집중 협의했다. 이번 사태가 플랫폼 중개 업자와 판매 업자 관계를 규율하는 법과 제도가 미비해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을 당론으로 설정한 바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당정이 온플법을 제정하기보다 플랫폼 업체의 갑질과 독과점을 관리할 수 있는 법적인 틀을 고민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번 주 취임 한 달을 맞는 한 대표는 ‘민생 우선 정당’의 면모를 확실히 각인 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한 대표는 당내 우호 세력 구축에도 공을 들일 방침이다. 최근 4선 이상 중진들과 오찬을 진행한 데 이어 한 대표는 의원들이 총출동하는 당 연찬회, 원외 당협위원장 회동을 이달 중 추진한다.
당정은 민생 안정에 노력을 배가하면서 ‘원팀 기조’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나 안정적인 당정 관계가 유지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가 많다.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 전략에 시동을 건 한 대표와 수면 아래에서 이견을 조율해주기를 바라는 대통령실이 민감한 현안에 있어 쉽사리 접점을 찾을 수 있겠느냐는 불안한 시선이 여전하다.
그럼에도 당장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당정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이견이 없는 사안들에 우선 협력하면서 민심에 부응하는 행보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민생 정책에 있어 ‘윤석열표’ ‘한동훈표’ 논쟁은 무의미하다”면서 “당정 간 소통은 수시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