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변 없이 연임에 성공하면서 2년 7개월 뒤 차기 대선으로 가는 첫 단추를 무난하게 꿰었다. 이에 앞서 당 대표가 대선에 출마할 경우 1년 전 사퇴하도록 한 당헌도 ‘예외’를 둘 수 있도록 수정한 만큼 지방선거 공천권도 사실상 행사하면서 2년 임기를 거의 채운 뒤 대권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이 신임 대표는 18일 취임 일성에서부터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영수회담’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게는 ‘대표회담’을 각각 제안하면서 당 대표이자 차기 대권 주자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4월 총선 직후 영수회담을 국민께서 기대를 갖고 지켜보셨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해 아쉬웠다”며 “가장 시급한 일은 민생 경제 회복이지만 국민께 희망을 드릴 수 있다면 의제를 제한할 필요가 없다”며 ‘열린 주제’로 만날 가능성도 남겼다.
한 대표를 향해서는 ‘채 상병 특검법’을 고리로 압박에 나섰다. 이 대표는 “한 대표도 제3자 특검 추천안을 제안한 바 있으니 특검 도입을 전제로 실체 규명을 위한 더 좋은 안이 있는지 열린 논의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3자 추천’에서 여야 간 의견 조율이 된다면 야권은 물론 일부 여당 의원들도 동의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 특검 논의는 불가하다는 것이 여당 내 주류 입장인 데다 여권 내 일각에서는 민주당 연루 가능성을 주장해온 ‘제보 공작’ 의혹까지 포함한 특검법을 추진해야 한다고 맞불을 놓는 만큼 세부적인 간극을 어떻게 줄여나가는지가 합의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와 함께 △민생회복지원금 △지구당 부활 등도 논의 테이블에 올리자고 제안했다.
이번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민주당은 더 강력해진 ‘이재명 체제’를 구축한 모습이다. 경선 내내 모든 최고위원 후보들이 ‘친명 마케팅’을 펼친 만큼 이 대표가 이끄는 당무에 반대할 인사는 전무한 데다 ‘반기’ 가능성이 제기된 정봉주 후보는 6위로 탈락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의 이재명 2기는 선명성에 한층 방점을 두고 독주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대표는 전대 기간 ‘먹사니즘’을 키워드로 민생·경제 이슈에 집중해왔다. 사실상 다음 대선을 바라보고 이 대표 본인의 민생 비전을 제시하기 위한 무대로 전당대회를 택한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정견발표에서도 윤석열 정부 비판 못지않게 △보편적 기본 사회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등 ‘이재명표’ 정책 알리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및 종합부동산세 완화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정책적 유연성을 보여주기 위한 계산된 행보였다는 평가다. 지역 화폐와 전 국민 25만 원 지원금 지급으로 대표되는 ‘서민 정책’뿐 아니라 중산층을 위한 민생 정책으로 확장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새 지지층 잡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당내 반발을 넘지 못하고 ‘금투세 강행’으로 선회하게 될 경우에는 말 바꾸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법 리스크’는 정치인으로서 이 대표가 넘어야 할 최대 장벽이다. 10월 초에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선고가, 같은 달 말에는 위증교사 사건 선고가 잇따라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판결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에 따라 국민의힘의 공세는 물론 당내 대응 기조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때마침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복권’되면서 차기 대선에 도전할 자격을 얻은 것 또한 새로운 변수다. 김 전 지사가 상당 기간 중앙 정치와 거리를 두고 지낸 만큼 세력을 회복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총선 공천에서 배제된 친문 그룹을 결집시킬 구심점 역할을 하기에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제 1심 선고인 데다가 실형이 나오지 않을 경우 당분간 ‘이재명 체제’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이번 선고로 사법 리스크가 끝나지 않는다는 것은 이 대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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