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이 뇌로 전이돼 기존 항암제가 듣지 않았던 환자 2명 중 1명은 국산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 복용 후 뇌종양이 유의미하게 줄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혜련·홍민희 연세암병원 교수와 강진형 서울성모병원 교수, 최윤지 고대안암병원 교수, 안희경 가천대길병원 교수 공동 연구팀은 뇌전이를 동반한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돌연변이 폐암으로 렉라자를 사용한 환자의 55.3%에서 뇌종양 크기가 감소했다고 19일 밝혔다.
렉라자는 유한양행(000100)이 개발해 2021년 국내 31번째 신약으로 허가 받은 3세대 티로신키나제 억제제다. 기술수출 파트너인 얀센이 렉라자 병용요법으로 새로운 효능을 입증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신청하면서 글로벌 블록버스터로서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폐암은 암세포 크기, 형태 등 병리조직학적 기준에 따라 크게 소세포폐암과 비소세포폐암으로 나뉜다. EGFR은 전체 폐암의 약 80%를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에서 가장 흔한 돌연변이다. 종양세포의 신호전달경로를 활성시켜 성장을 촉진한다. 이 때 가장 중요한 매개 효소가 티로신키나제다. 폐암 4기 환자의 25%는 뇌로 전이된 상태에서 진단을 받는다. 그런데 ‘이레사(성분명 게피티닙)’, ‘타쎄바(성분명 엘로티닙)’ 등 1·2세대 티로신키나제 억제제는 약물 전달을 막는 뇌혈관장벽(BBB) 때문에 뇌로 침투하지 못했다.
유한양행이 개발한 렉라자 등 3세대 티로신키나제 억제제는 기존 1·2세대 약물과 달리 BBB 투과율이 우수해 뇌전이에도 뛰어난 치료 효과를 보인다. 연구팀은 뇌전이가 있는 폐암 환자 중 1·2세대 약물 치료에 실패한 40명을 대상으로 3세대 티로신키나제 억제제 렉라자를 투여했다. 그 결과 데이터 집계 시점에 반응 평가가 가능했던 환자 38명 중 21명에서 뇌종양 크기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임상시험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1차 평가지표인 뇌 내 객관적반응률로 환산하면 55.3%다. 그 중 3명은 암이 완전히 사라진 완전반응(CR)을 보였다. 1·2세대 약물 내성으로 생기는 T790M 변이 양성 환자의 객관적 반응률은 80%로 음성 환자의 42.9%를 크게 웃돌았다. T790M 변이가 있으면 렉라자의 치료 효과가 더욱 좋았다는 의미다. 질병 진행 없이 생존하는 기간인 무진행 생존기간은 15.8개월로 T790M 변이에 따른 차이는 없었다. 약물복용으로 인한 부작용은 경미한 수준이었다.
김 교수는 “기존 치료에 실패한 EGFR 양성 뇌전이 환자에게 저항 돌연변이 T790M 발생 여부에 상관없이 새로운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대한항암요법연구회(KCSG)가 주도한 이번 연구에는 연세암병원 외에도 국내 여러 의료기관이 참여했으며 미국의학협회 종양학 학술지 JAMA Oncology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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