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공급 대책으로 비(非)아파트 시장이 정상화될지는 두고봐야 합니다. 제시된 세제 혜택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아파트 쏠림 현상이 지속될 수도 있습니다.”
정부가 이달 8일 주택 공급 대책을 발표한 후 한 부동산 전문가는 비아파트 활성화 대책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그동안 시장에서 논의됐던 내용이 다수 포함된 것은 긍정적이나 세제 혜택 등이 한시적이어서 매수 수요를 끌어올리고 이를 바탕으로 공급이 촉진될지는 미지수라는 얘기다.
서울 주택 공급의 절반을 차지하는 빌라 등 비아파트는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전세사기와 역전세로 홍역을 치르면서 수요와 공급 모두 급감했고 이는 아파트 쏠림 현상을 부추겨 집값을 끌어올리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에 정부는 소형 비아파트 구입 시 기존보다 세제 혜택을 확대하고 청약 시 무주택으로 인정하는 비아파트 범위를 늘리는 내용의 대책을 내놓았다. 세부적으로 보면 신축 소형 주택 구입 때 주택 수를 제외하는 기간을 내년 12월에서 2027년 12월로 2년 연장한다. 또 1주택자가 소형 주택을 사서 임대사업을 하면 기존에는 1가구 1주택 특례를 주지 않았는데 앞으로는 특례를 적용한다. 투자 수요를 일으키고 이를 기반으로 공급도 촉진해 주거 사다리로서 비아파트의 역할을 복원시킨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도 대책 발표 당시 “1주택자가 비아파트를 추가 구입할 환경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이 빌라 매수세를 촉발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침체된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서는 세제 혜택은 분명 필요하지만 비아파트가 전세사기 여파로 웬만해서는 회복이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비아파트의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야 무주택자는 소형 비아파트를 발판으로 아파트 청약에 나서고 유주택자는 임대사업을 할 텐데 시장이 무너진 상황에서 투자에 나서기에는 세금 계산 때 주택 수에서 빼주는 정도로는 약하다는 의견도 있다.
임대인들이 줄기차게 요구한 ‘126%룰’ 폐지가 대책에서 빠진 것도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기준이 공시가격의 150%에서 126%로 강화됐는데 이는 역전세를 촉발해 빌라 기피 현상을 심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책이 발표된 지 10일가량 지났지만 비아파트 시장에 아직 온기는 돌고 있지 않는 모습이다. 정부는 ‘할 수 있는 것은 다했다’는 입장이지만 수요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을 경우 더 강력한 대책을 내놓아야 할 시점이 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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