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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청소년 위협하는 불법 콘텐츠

박정렬 한국저작권보호원장

박정렬 한국저작권보호원장




“요즘에는 아이들 없으면 안 돌아갑니다.” 키즈 카페나 놀이동산 관계자의 말이 아니다. 뉴스 보도를 통해 밝혀진 불법 온라인 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의 발언이다. 이들 대화에서는 “드라마 보는 사이트가 제일 잘 먹힌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청소년들을 불법 도박 사이트의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으며 이들을 유인하는 주요 경로가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라는 뜻이다.

불법 콘텐츠 공유 사이트와 도박 광고가 얽힌 이중 범죄가 청소년들을 위협하고 있다. 정부 기관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도박에 빠진 미성년자는 지난해 19만 명으로 추산되며 온라인 불법 도박 중독으로 상담받은 청소년은 5년 만에 3배 증가했다.

청소년들이 온라인 도박 사이트를 접촉하는 주요 통로 중 하나가 바로 불법 콘텐츠 공유 사이트다. 실제로 불법 웹툰 사이트에 접속해보면 웹툰보다 도박 사이트 광고 배너 수십 개가 눈길을 먼저 사로잡는다. 불법 무료 콘텐츠로 청소년들을 유인하고, 광고로 호기심을 자극해 도박 사이트 가입을 이끌어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이다. 불법이 불법을 홍보하면서 상생하는 공생 관계가 형성돼 있는 것이다. 지난해 폐쇄된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누누티비’가 불법 도박 광고로 벌어들인 수익만 최소 333억 원으로 추산될 정도다.



한국저작권보호원의 조사 결과도 이러한 실태를 잘 보여준다. 지난해 불법 복제물 유통 사이트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배너 광고를 통해 유해 사이트에 접속한 경험이 있는 10대 청소년은 10명 중 2.57명 수준이었다. 이들이 접속한 유해 사이트 유형을 분석한 결과 ‘사행성 도박 사이트’가 76.9%로 가장 많았다. 이는 청소년 도박 문제의 주요 원인이 되는 불법 콘텐츠 유통 사이트를 차단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이에 보호원은 이들 사이트 내 불법 광고를 감시해 광고 게재 중단을 요청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지난해 5800여 건의 광고가 게재 중단됐다. 2월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범죄과학수사대도 불법 도박 사이트 회원 유치를 목적으로 국내외 콘텐츠를 불법으로 공유한 운영자들을 검거한 바 있다.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가 문제 되는 이유는 3무(無), 즉 ‘무비용(무료로)’ ‘무인증(성인 인증을 거치지 않고)’ ‘무등급(콘텐츠 연령 등급과 관계없이)’ 콘텐츠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쉬운 접근성으로 인해 청소년들은 불법 온라인 도박의 위험에 더욱 손쉽게 노출된다. 청소년은 미래 창작자이자 우리 문화 산업을 이끌어갈 주역들이다. 불법 콘텐츠와 도박 사이트에 대한 강력한 단속과 더불어 올바른 저작권 인식 교육을 통해 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 우리 사회 전체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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